"화사한 장미꽃으로 사랑을 전하세요"

상쾌한 아침 초인종소리가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누굴까.

활짝 핀 장미꽃다발이 먼저 머리를 불쑥 들이민다.

훤칠한 키에 반듯하게 턱시도로 정장한 영화배우같은 용모의 청년이
사랑의 메시지와 함께 장미를 정중히 건넨다.

이런게 행복이로구나.

향긋한 장미내음과 함께 감탄사가 절로 터진다.

장윤일(28)씨.

다름아닌 "사랑의 메신저"다.

꽃배달서비스업체인 로즈 익스프레스(3443-7788)에서 장미의 전령사로
활약중이다.

전화만 걸면 서울과 서울근교 어디라도 장미만 전한다.

단순히 장미를 건네는 것이 아니다.

보내는 사람의 아름다운 정성과 마음을 전하는게 그의 임무다.

그래서 사랑의 메신저로 통한다.

때로는 촉촉한 연인의 사랑을, 때로는 탄생과 승진의 기쁨을, 간절한
쾌휴의 바람을 장미송이로 대신해 준다.

처음에는 왠지 머쓱하고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 보였다.

떨리기까지 했다.

건네주는 동작 하나하나에도 부담이 갔다.

여직원이 많은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

고등학교 응원부시절 서울역에서 그 많은 사람들앞에서 노래부르고 춤도
춰봤는데.

지금이야 사람많은 곳에서도 얼굴얼굴을 뜯어볼 수 있다.

돌아서면서 받은 사람의 직업 성격 살아온 길까지도 머릿속에 그릴
정도의 베테랑이다.

고객과의 약속시간을 한치라도 어기지 않기 위해 언제나 10분전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약속장소에 막상 건네받을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길을 못찾아 헤맬
경우 곤란을 겪는다.

아침일찍 도착해 기다리다 기다리다 점심을 굶은 적도 더러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괴로움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성스레 건넸지만 황당한 얼굴로 쳐다 볼 때입니다.

좋아해야 할줄 알았는데 이게 뭐냐는 식입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기마음 표현이 얼마나 서투른지 실감하게
되죠"

물론 흐뭇함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성의없이 화분이나 꽃송이를 훌렁 두고 가는 쪽보다 장미의 아름다움과
친절서비스를 전한다고 고객이 감동하는 마음에 다시 주문을 낼 때가 그렇다.

노래와 춤까지도 곁들이면 좋지 않겠느냐고 묻자 전하는 장소와 분위기를
보아 시도해 볼 것이라고 대답했다.

여기에다 아쉬운 것은 아직 장미를 전할 "내사랑"이 없는 점이라고.

< 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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