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한국의 록음악이 진정성을 갖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흐름이 대세를 추종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록음악의 주류를 이루던 정통 헤비메탈 밴드가 사라지는 경향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대학사회에 록밴드가 늘어가는 추세에 대한 견해는.

"록중에서도 펑크록의 득세다.

심플맨의 논리, 즉 누구나 음악을 할수 있다는 개념이 작용했다고 본다.

결국 소수의 천재성에 기반했던 헤비메탈(엘리트 음악)의 퇴조를
의미한다.

DIY(Do It Yourself)정신이 록음악에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생각된다"

-펑크록의 확산이 저항문화로서 록음악의 본질을 해치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음악은 즐거움을 통한 연대의 개념이다.

액티비스트로서의 음악가는 줄어들고 있지만 90년대 시대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즉 90년대는 뚜렷한 이념적 지향이 결여된 사회다.

따라서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도 하나의 시대정신이다.

저항의 방식은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하위층의 신분적 저항형태로서의 록의 정신에서는 벗어나고
있다고 할수 있다"

-한국 록문화의 문제는.

"록뿐 아니라 한국 음악문화 전반의 문제도 될수 있다.

록은 기본적으로 외국음악이다.

그것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고 자기화하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나의 흐름이 득세하면 모두 다 그쪽으로 쏠리는
대세론이 문제다.

하나의 무언가를 고집스럽게 지켜가거나 변화의 근거가 뚜렷한 진정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큰 것이 문제다"

-음악에서 진정성이란 뭔가.

"음악도 계기와 기술을 통한 애정의 연속이다.

미국과 영국의 록음악이 탄생이래 계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뿌리와 전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때 전 음악판을 주름잡았던 정통 록이 하루아침에 퇴조하고
2~3년밖에 안된 펑크록이 득세하는 한국의 록문화는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한다"

그리고 그것을 확산시킨 한사람으로서 책임도 절감하고 있다.

-80년대 민중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록음악으로 자신의 색깔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에 대한 견해는.

"저항음악으로서 민중음악과 록은 그 정서적 연대성이 있다.

그러나 80년대 민중음악은 90년대 음악이 갖고 있는 폭발력을 결여하고
있다.

즉 볼륨있는 음악에 대한 대중적 지향을 소화할 만한 역량이 없었다.

따라서 그변화는 시대에 적응하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정통 록음악에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