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택지개발사업에 민간기업의 참여도 허용하겠다는 지난 28일
건설교통부의 계획발표는 과거에 비해 한단계 발전된 것이나 핵심적인
문제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건교부가 발표한 민자유치방안은 공공기관의 토지수용이 끝난뒤
민간기업이 택지조성 사업비를 부담하는 대신 조성된 택지를 현물로
지급받고 개발권도 부여받는 방식이다.

민간기업의 독자적인 택지개발 허용은 분양가자율화와 함께 주택건설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집을 지으려면 택지가 있어야 하는데 수도권에는 이미 대단위 택지가 거의
바닥난 형편이며, 지방에는 지어봐야 분양이 되지 않으니 고민이라는 것이
주택건설업계의 푸념이다.

따라서 민간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해 독자적으로 택지개발을 추진할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의 대표적인 택지개발방식은 공영개발방식으로 정부가 택지개발예정
지구를 지정하고, 토지개발공사 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해당지역의 토지를 수용하거나 매입한 뒤 택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독점적이고 경직적인 개발방식 때문에 권리침해에 따른 토지
소유주의 저항이 심하며 토지매입을 위한 자금부담도 상당한 실정이다.

공공기관은 자금부담을 덜기 위해 아직 택지조성도 안된 토지를 민간기업에
미리 매각한 뒤 그 돈으로 택지를 조성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민간기업의 자금부담이 크며, 특히 공공기관의 독단적인 입지
선택이 아파트 미분양사태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주택건설업계의 불평
이 전혀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요구대로 택지지정및 토지수용권을 부여할 경우
토지투기 특혜시비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번 민자유치방식에서 민간기업이 요구해온 토지수용권의 부여
등을 전혀 포함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건교부의 입장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직된 공영개발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므로
다음의 몇가지 점을 보완해 제한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민간기업의
택지개발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택지개발사업의 시행자와 절차를 규정한 기존의 복잡한 개별법규들을
통폐합하고 택지개발사업자를 다양화시켜야 한다.

둘째로 택지개발때 토지매입에 따른 자금부담이 주택건설업계로 전가되지
않도록 매수방식 이외에 환지방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셋째 택지개발때 개발지구지정 등 기본계획을 제외한 개발밀도 기반시설
분양가격 재원조달방법 등에 관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참여를
개방해 경쟁적으로 방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끝으로 택지개발면적의 일정비율 범위안에서 사업추진상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토지수용권을 민간기업에도 주는 방안을 검토할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 개발이익의 환수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