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뜨는 사람들".

송파구 오금공원내 서울 곰두리체육센터 성인신체적성교실 조기A반의
아침표정이다.

곰두리체육센터는 생활체육 및 교양,문화공간을 갖춘 다목적 종합체육관
으로서 다양한 체육.문화행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자연스런
만남의 공간을 주선하여 모두가 함께 하는 지역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건전한 여가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10개 종목 80여개의 프로그램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우리 모임은 80여명의 회원이 아침 6시부터 7시에 물에
뜨는 수영교실이다.

우리는 매일 아침 두피에 착 달라붙는 수영모와 물안경을 쓰고
(여성회원의 경우는 화장 안한 본래 얼굴로) 최소한의 부위만을 가린
특이한 모습으로 물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는 월례회때는 서로의
평소 모습에 익숙지 않아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힘겨운 재회를 하기도
한다.

또한 아침 수영교실이다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이 가끔 일어난다.

수영전 샤워후 입장해야 하는 특성상 누구나 샤워를 한다.

그런데 아침잠이 덜 깬 상태라서 그런지 샤워후 그만 수영복 착용하는
것을 잊고 유유히 풀장안으로 들어오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 속에서 95년 체육센터 개관때부터 아침을 함께 해온 몇몇
사람들은 이제 허물없는 친구가 되었고 수영실력도 수준급이다.

수영경력 10여년의 임혜순, 우리반 응원단장 공연희 (남천초등교 교사),
총무 이병혜 김인오 김태경 (기아자동차 이사) 김완수 (신세계백화점 전무),
우리반 반장인 도종봉 (진산기기 대표), C반에서 올라온 김준 (서울은행
근무) 등은 아마추어 수영선수로는 손색이 없다.

우리는 매일아침 옷을 벗고 만나는 사람들이다.

옷벗은 사람들은 서로의 둘레에 쳐진 지위의 장막을 걷고 평등하게
만난다.

수준급의 수영실력자들로 모인 우리반의 특성상 현재 장애인 회원은
1명뿐이지만 멀지않아 많은 장애인과 우리 비장애인이 함께 힘차게 레인을
출발할 날을 기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