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과 채권단간의 2개월여간에 걸친 지루한 "핑퐁게임"이 막바지에
왔다.

언뜻 보기에는 법정관리를 하든,화의를 고수하든 기아쪽에 공이 넘어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게임은 이미 채권단의 생각대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은 법정관리후 제3자인수.

통첩대로 10월6일까지 기아가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채권단은 추가
자금지원을 통해 기아와 협력업체 회생에 적극 나설 공산이 크다.

또 10월6일이후 기아는 화의를 고집하고 채권단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 때에는 채권단이 적극 나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채권확보차원에서
제3자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제3의 경로로 기아자동차가 화의신청을 고수하고 채권단이 화의에
동의, 화의가 진행되면서 기아가 자체정상화를 도모하는 방법을 상정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엔 채권단이 자금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정상화
작업도 당장 벽에 부닥칠 전망이다.

게다가 은행들의 기아어음 할인중단으로 협력업체들마저 연쇄도산 사태를
맞게 되면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게돼 기아의 생산라인은 절름발이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결국 종착역은 제3자인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채권단은 화의조건과 관련, 채권은행및 종금사들이 반드시 대출
우대금리이상의 조건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화의 최종합의에
까지 이르기엔 상당한 진총이 예상된다.

한편 서울지법 남부지원은 지난 27일 기아자동차에 대해 재산보전처분명령
을 내렸다.

덕분에 기아자동차는 29일로 부도유예적용이 만료되더라도 당좌거래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어음교환소 규약이 "법적으로 가해진 지급제한(부도)"에 대해 예외적으로
당좌거래의 계속을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당좌가 유지되면 기아는 각종세금이나 공과금을 당좌수표로 결제하는 등
외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생겨난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