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환율이 들쭉날쭉 오르고 내려도 시중의 세인들은 그러려니 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환율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경제변수가 되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요즈음 환율은 수출입 부문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단순한 무역지표가
아니라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경제의 건전성 지표" 혹은 외국 투기꾼들이
눈초리를 곤두세우고 바라보는 "환투기 낚시의 찌"라고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경영의욕은 금융기관들의 빚으로 기업을 늘려왔고, "우선
세우고 보자는 성급한 자세"는 단기자금을 조달해 장기투자를 해왔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한국경제 성공의 가장 큰 장점이었으나, 그러한
방만한 경영이 이제 내부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현실인 것이다.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에 이은 금융기관의 부실화 및 금융중계기능의 마비,
떼이기전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채근 및 자금이탈이
가뜩이나 무역적자로 달러부족에 힘들어 하는 이 땅에 달러를 말리면서
환율을 폭등시키는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자금의 경색화로 상승한 이자율이 불경기 여파로
허덕이는 주식시장을 곤두박질 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안되는 집에 일이 더 꼬이듯이,금리와 환율의 동반상승은 경제질환에
손을 쓸수 없도록 한다.

돈을 풀어도 금리는 내려가지 않으면서, 풀린 돈은 다시 원화의 가치를
사상 최저로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하여서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경기 최저점 통과, 무역적자 감소, 임금상승세 둔화,
물가안정등 실물부문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고 한국에 대해 환투기를
하지만 한국의 국내외간 자금의 이동이 자유롭고 원화가 국제적 화폐가
되어야 하나, 이들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으므로 외환위기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다할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에 무슨 저의가 있을까.

말은 하지 않지만 원.달러의 적정환율이 9백원선 안팎 5%로 믿는 것 같다.

이것은 일본 정부가 국내경기 불황탈피를 산업구조 개편에 의지하지 않고
수출드라이브에 의해 엔.달러환율을 80엔대에서 1백20엔대로 급등시켜
놓고도 추가적으로 엔화를 하락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은 원화환율 상승이 충분하지 않다면 엔화에 대해 원화가치가
상승하여 수출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원화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출확대 효과는 크게
누려보지 못하면서 수입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및 엄청난 환차손에
일방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한 본인의 계량분석에 의하면 한국수출은 엔화에 대한
원화의 평가절상, 임금의 상승에 의해 큰 부정적인 영향을 받기보다
국내물가에 의해 치명타를 입으며, 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가 증가하면
제품의 질이 향상되어 학습과정을 거친 1년뒤부터 수출은 누적적으로
증가하였다.

환율상승이 큰도움이 못되는 것은 우리기업들이 수출가격을 충분히 낮추어
시장셰어를 확대하기보다 달러표시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율특수
이윤만을 누리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수입도 환율보다는 소비자 물가에 의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는 국내 물가상승이 국내재를 수입재로 대체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무역구조개선은 환율등 타율적인 변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강력한 물가안정, 기업의 R&D 투자증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외환 위기가 오겠는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오지 않도록 지혜로 풀어야 한다.

지혜란 단기적인 난국처방과 효율성에 바탕을 둔 장기적인 구조개선이다.

인류의 역사는 위기극복에 의해서만 기록되어 진다.

장쩌민(강택민) 중국국가주석이 하시모토 일본총리에게 들려준
한시 한수는 우리의 현상황에도 큰 교훈이 된다.

"역사를 거울 삼으면 국가의 흥망성쇄를 알 수 있고..., 조그만 잘못을
고치면 큰 것을 두절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