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경제 생산성본부가 미국 영국 등 서구 10개국과 일본 한국을
합한 12개국을 대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구매력평가를 고려해
계산한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를 비교해보니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비교대상
가운데 최하위였다는 조사결과는 우리경제가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꼴찌라는 순위가 아니다.

비교대상 12개국중 우리보다 바로 위인 일본의 생산성이 100인데 비해
우리는 69에 불과하다는 엄청난 격차가 문제다.

비교대상중 수위를 차지한 미국의 139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렇게 낮은 생산성을 가지고 선진국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경제의
현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의 낮은 생산성을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해답은 예상보다 낮은 일본의 생산성에서 찾을수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노동생산성은 비교대상 12개국중 11위에
불과했다.

그 원인은 농림수산업과 교통 체신 등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규제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도 정부규제에 관한한 일본에 못지 않다.

김영삼 정부에서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던 규제완화는 소리만 요란하고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건수만 많았지 사실상 실패했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규제가 소멸되는 "규제일몰제"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나 성과는 여전히 미지수인 실정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철저히 혁파하려면 먼저 몇가지 장애요인을 없애야 한다.

하나는 행정업무를 민간에 위임함으로써 정부조직과 공무원수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정부의 고유업무로 인식돼온 외교
사법업무까지 부분적으로 민간에 위임하고 있다.

또한 행정기능을 전면적으로 재편함으로써 부처이기주의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장자율에 어긋나는 정책발상을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한 예로 30대 대기업집단에 대한 여신관리 업종전문화등의 규제는 전혀
실효성이 없으니 폐지돼야 한다.

최근 부도유예협약의 시행이나 기아사태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말로는
시장자율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영 딴판인 것은 경제력집중완화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이유로 정부정책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정경유착을 통한 구조적 부정부패를 막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내부고발자 보호법을 비롯한 부패방지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최근에 적발된 건설업계의 담합입찰 및 관계공무원의 뇌물수수와 같은
비리를 뿌리뽑지 않고 시장자율을 통한 생산성향상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생산성이나 국제경쟁력은 변하게 마련이며 우리는 아직도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조사에도 한국의 전년대비 생산성향상은 6.0%로 12개국중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 이같은 믿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다만 규제혁파와 부패척결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