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의약품이 임상에 사용되기까지에는 생체실험을 거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 의약품이 이론상으로는 질병치료제로서 합당하나 임상에서는 효능이
없거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체실험은 동물실험과 인체실험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동물실험에서는 최소한 두가지 다른 집단의 동물들을 이용한다.

일반적으로 쥐 생쥐 모르모트등 작은 설치류를 이용한 첫번째 실험에
이어 개 원숭이 등 큰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하게 된다.

의약품의 동물실험에서 얻은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이 동물에게와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페니실린의 의약품화 과정에서 그 실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수백만명의 인간 생명을 구해낸 페니실린인데도 모르모트는 미세한
양의 투여로 죽는다.

1928년 A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균을 질병치료제로 발전시킨
H 플로리가 1941년 입원중인 환자들이 아닌 동물들에 먼저 실험을
했었다면 페니실린은 햇빛을 보지 못했을것이다.

따라서 인체실험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인 선행요건이다.

인체실험은 먼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의 부작용 여부를
확인한 뒤 부작용이 없을 때는 실험대상 집단을 확대한다.

미국에서는 제약회사가 이러한 실험결과보고서를 FDA(식품의약국)에
제출한다.

그 보고서가 승인된 뒤에는 환자를 상대로 그 의약품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실험을 한다.

환자의 질병 완화가 전적으로 의약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의문의 여지없이
입증해야 한다.

의약품의 시판뒤에도 실험은 계속된다.

특히 불치병의 예방제인 백신 인체실험에는 가공할 위험이 따른다.

불치 병균을 인체에 투여해 면역력을 길러주는 것으로써 백신 실험은
자칫 그 병에 걸릴수도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미국의 국제에이즈치료의사협회 회원들이 에이즈백신 개발에
인체실험 대상자로 자원을 한데 이어 세계 각국의 호응이 잇따르고 있다.

20세기의 천형인 에이즈를 극복해보려는 인술의 정화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