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금 남편에게 질리고 권태스러워서 이혼장을 써가지고 다닌다.

오늘도 변호사 사무실에 갔다가 변호사의 극구만류로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그녀는 벌써 남편과 같이 지내지 않는지 석달이 넘었다.

남편은 그녀만 보면 슬슬피해서 나가버리는데 외국에도 잘나가고 아무튼
무슨 수가 생겼는지 영 서로 마주보기가 싫다.

아버지 회사의 홍보담당이사인 그는 언제나 바쁘고 언제나 맹숭맹숭하다.

역정이 나서 서로 물어 뜯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을 일으키면서 돌아선채
산다.

아이들은 친정어머니가 데려갔고 당분간 그녀는 남편과 안사는 일을 성공
시키기 위해 가진 추악한 짓을 다하고 다닌다.

친정어머니는 그녀가 고등학교 때처럼 정신병원에 입원할까바 겁이 난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정신병원에 가는 것만 막으면 일단 넘길수 있을 것같다.

권옥경이가 가끔 그렇게 미친 짓을 하면 온집안이 우울해진다.

권옥경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마음대로 안되면 두들겨부시는 파괴적인 광폭한
성격이다.

그녀는 지코치 때문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감히 제가 어떻게 나를 이렇게 무시할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녀는 더이상 충격을 받으면 지코치의 오피스텔로 쳐들어가서 미친 짓을
할 것도 같다.

그러나 아직은 그 정도로 정신없이 돌지는 않았다.

그런 전력을 모르는 지코치는 아슬아슬한대로 아직 오피스텔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전세도 잘 안나가고 시골에 안성맞춤인 빌라도 찾지 못했다.

권옥경은 리비아카페로 걸어가다가 귀가하고 있는 지코치와 딱 길에서
부딛친다.

"이게 도대체 누구신고?

압구정동 변강쇠를 이렇게 쉽게 만나다니, 행운이로다"

"아이구 누님"

그는 실색을 하면서 약간 비틀거리는 권옥경을 피할 여유도 없이 딱
마주친다.

이상하다 소대가리형님은 언제 이근처까지 영업장소를 옮긴걸까?

아무튼 소대가리형님의 그 요상한 업소는 단골들을 데리고 육개월쯤 한번씩
자리를 옮기는데 황제 오피스텔 근처까지 옮겨와 있는 줄은 몰랐다.

"소사장의 단란주점이 여기 바로 저집이야"

권옥경은 붉은 빛깔의 네온이 반짝이는 지하단란주점을 가르치며 황홀한
눈길로 지코치를 바라본다.

"술한잔 사줄래?"

"누님 죄송해요.

나는 지금 프로따느라고 죽을새도 없어요.

컨디션 조절하느라구요 프로따면 누님 원수갚을게"

그는 도망갈 구멍을 파면서 도망칠 궁리에 바쁘다.

이때 영치가 어디서 나타나면서 "형님 오랫만입니다"하면서 악수를 하고
껴안으면서 매달린다.

아이구 살았다.

"권여사님 바로 야가 영치에요.

너 잘 만났다.

우리 권여사는 정말 최고로 끝발센 일급 숙녀시다"

지코치는 리드미컬하게 영치를 권옥경에게 밀어 안기며 슬적 자기는 빠진다.

"내가 요전에 소개한 바로 그애가 바로 영치 인석이에요. 그럼"

지코치는 번개같이 사라지고 권옥경과 영치가 웃으면서 행복한 미소를
터뜨리며 악수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