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단이 23일 금융시장 조기개방을 통한 금리인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고금리 문제가 고지가, 고임금, 고물류비 등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경쟁국 중 우리나라만 떠안고 있는 이 고금리 문제를 먼저 손질해야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 상층부의 시각인
셈이다.

최종현회장이 합동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국제수준인 5%대만 되면 우리
기업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실제로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국내 제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인
11.2%에서 절반인 5.6% 수준으로 낮아질 경우 현재 1%에 불과한 경상이익률
은 3.15%로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부도를 낸 삼립식품의 경우도 13.26%에 달했던 차입금 평균이자율이
절반인 6.63% 수준만 됐다면 경상이익률이 2.05%에 달해 부도위기를 사전에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란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전경련 회장단이 이날 그동안의 단골메뉴였던 "금리인하"를 또 다시 들고
나온 것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이미 위기를 넘어 추락직전에 와있다는 재계의
절박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회장단 회의 직후 발표된 회의요지에서 회장단들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쟁력만 없는 것이 아니라 회사유지도 어려운 상태"라며 "우리 경제는
이제 자연적인 치유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전경련 회장단의 이날 요구는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연쇄부도에 대해
뚜렷한 정책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결단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업의 자구노력이 한계에 와있고 금융기관들 조차 스스로 살기위해 몸을
도사리고 있는 현실에서는 정부의 금융시장개방 만이 매듭을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회장단의 이같은 건의가 정부에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자금시장의 급속한 개방이 자칫 지나친 외화유입으로
인해 동남아와 같은 통화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자주 표명해
왔었기 때문이다.

손병두 전경련상근부회장은 이와 관련, "국제수준의 금리만 되면 기업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자연히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 환율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5% 수준으로 내려가면 부실기업과 부도직면 기업이 소생하고
금융권의 부실금융부담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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