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일(26)씨.

그를 만난 건 신림역 근처의 허름한 5층건물 꼭데기방이었다.

"정보연대 SING"이라는 꽤나 어려운 간판을 내건 큼직한 사무실.

오씨는 이 단체의 대표다.

먼저 "SING"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Social Information Networking Group의 약자입니다.

정보를 권력으로부터 공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세계를 만들자는 개념이죠.

정보연대라는 단어도 이같은 뜻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 90학번인 그는 학창시절을 통해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 민주주의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다.

4년동안 통합과학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공부하면서 정보의 독점이
이상적인 사회건설에 얼마나 큰 장애요인이 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모 전자회사에서 3년간 병역특례자로 근무를 마친후 곧바로 이곳에
들어왔다.

사이버 스페이스상에서 그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다.

오씨는 그동안 많은 일을 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표현의 자유찾기운동과 노동법 개정반대,
북한주민돕기 캠페인등을 펼쳤다.

호응이 의외로 좋았다.

노동법 개정반대운동중 블랙리본달기 캠페인을 벌일때는 해외
단체들로부터도 많은 격려메일이 들어왔다.

"인터넷은 이제 새로운 민주주의의 실현장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만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이버 스페이스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가기 위한 좋은 발판일
뿐입니다"

그는 사이버 민주주의의 결정체는 바로 현실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민간단체들의 현실활동에도 관심을 갖는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오씨.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현실에 대항하는 사이버 세계의 젊은 다윗이었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