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 22일 매매기준율이
9백12원50전을 기록했다.

지난 8월26일 9백원대에 진입한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지난해말
달러당 8백44원20전에 비하면 8.1%(68원30전)나 올랐다.

환율상승에 힘입어 9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경원은 9월들어 지난 15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3%
증가한 반면 수입은 2.2% 줄어들었으며, 9월부터 연말까지 무역수지가
10억~20억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것은
환율상승(원화절하)의 효과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고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및 소비가 위축돼 수입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환율상승은 한국경제에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할것이며
바람직한 것으로 볼수 있는가.

비록 환율상승이 국제수지개선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 하더라도 물가와
기업의 채산성, 그리고 원화기준 외채상환부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경시할수 없는 것이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반가운 일은 없다.

그러나 수출증가가 환율상승에만 힘입은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추석을 앞두고 자금회수를 위해 기업에서 상품실어내기를 한 결과일
수도 있다.

또한 수출증가가 환율상승에만 영향을 받는다면 그런 영향이 소진될 때
수출은 또다시 저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비용절감 품질개선등 생산성제고노력의 결과로 수출이
늘어나야 한다.

비록 환율이 수출에 불리하다 하더라도 그런 불리를 기업이 극복하려
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이 엔고과정을 겪으면서도 무역흑자를 지속한 것은 기업들의 원가절감
등 자구노력 때문이었다.

환율상승이 물가를 올리는 영향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지금은 심한 불황이어서 물가걱정을 덜해도 될지 모르나 경기가 조금
풀린다고 할때 몰아닥칠 물가압력은 한국경제를 송두리째 흔들고 말것이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원화기준 외채상환 부담증가는 기업의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경상수지가 적자기조에 있을때 환율상승압력은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자본수지의 흑자를 통해 환율안정은 가능한 일이다.

또한 국민경제는 그런 과정에서 구조개선이 이루어지고 경쟁력을
자생적으로 키울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환율상승지속은 외환의 기본적인 수요공급 불일치보다는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사태와 동남아의 통화위기에서 비롯된 불안심리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출증가를 반기다가 국민경제가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

환율상승이 지속될때 외환투기와 해외 자본유출도 이어질 것이다.

적정환율수준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환율에만 매달려 국제수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위험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