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BMW의 자존심 싸움은 끝가는줄 모르는가.

두 명차 메이커의 "최고"를 향한 치열한 선두다툼은 언제나 자동차업계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

세계 어느 곳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건 이들의 경쟁은 모터쇼 자체를 능가
하는 세인들의 관심사다.

지난 9일 개막된 제57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도 이들 업체는 각각
대규모 전시관을 통째로 사용하면서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들의 경쟁 포인트가 사뭇 다르다.

언제나 최고급 승용차가 경쟁의 초점이었지만 이번에는 벤츠가 세바퀴차를,
BMW가 두바퀴차를 내세워 "4바퀴 경쟁"을 벗어난 이색 경쟁이다.

벤츠가 내놓은 차는 세바퀴의 드라이빙 머신 "F300 라이프 제트".

2인승인 이 차는 세바퀴 오토바이 수준을 벗어나 자동경사조정장치를 사용,
코너링시차가 기울어져 최고속을 낼수 있으며 안전도는 오토바이를 훨씬
능가한다.

F300 라이프 제트에는 벤츠 소형차 A클라스에 들어간 1.6리터급 엔진이
사용돼 최고출력이 1백2마력이나 되며 최고시속은 2백11km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백km를 돌파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7초.

알루미늄 새시를 사용해 차체 무게는 89kg에 불과하다.

BMW가 내놓은 차는 "C1".

2000년까지 상용화할 제품이다.

오토바이에 지붕을 덮어놓은 피자배달 오토바이처럼 생겼지만 BMW는 이
차가 오토바이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오토바이도 자동차도 아닌 단지 "C1"으로 불러 달라는게 BMW의 요청이다.

승차감은 물론 안전장치가 자동차 수준에 육박한다는 이 차는 2000년께면
도심의 주요 운송수단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차의 연비는 3리터의 휘발유만으로 1백km를 갈 정도로 뛰어나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