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갈 분야는 멀티미디어사업이며 그 사업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VOD (Video On Demand :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이다.

지금까지의 TV는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영상을 좋든 싫든 보아야하는
일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TV의 한계성을 일거에 극복한 것이 VOD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용화단계에 접어든 이 새로운 서비스는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원하는 시간에,원하는 영상을 대용량의 정보전달이 가능한
케이블TV망을 통해 보내주는 양방향성을 갖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VOD의 이같은 편리한 기능은 PC보다 어느 면에서 보든지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TV를 지탱할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VOD혁명이 가능한 것은 시청자가 가정에 설치해야 하는 세트 톱 박스
(Set Top Box)라는 "요술상자" 때문이다.

이 장치는 광케이블을 타고 들어온 정보를 TV화면에 풀어줄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의사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가 한국전력과 두루넷을 파트너로 잡아 한국에서
VOD 서비스를 펼친다는 구상을 내놓아 각국 정보통신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계획의 골자는 컴퓨터 비디오 오디오 등의 기기를 하나로 연결,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집안에 앉아 세계 어느 곳과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홈"시대를 열겠다는 것.

이 사업은 케이블TV망으로는 세계 처음 시도되는 멀티미디어 서비스여서
한국이 빌 게이츠 구상의 시험무대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최대의 공기업인 한전이 본연의 임무인 전력사업에서의 많은
숙제를 제쳐두고 결과적으로 외국회사의 돈벌이를 도와주는 일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냐는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성싶지 않다.

하지만 주택가 골목마다 널려있는 비디오대여점을 몰아내고 페이 퍼 뷰
(pay per view)라고 하는 새로운 시청요금체계를 정착시킬 VOD 혁명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