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매장및 묘지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인 묘지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성 수 전체면적의 1.6배 전국공장면적의 3배나 되는 땅이 묘지인데다
해마다 늘어나는 면적만도 여의도의 3배에 달한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묘지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복지부의 개정안은 <>묘지의 최장사용 기간은 75년 <>공동묘지의 묘당
면적은 현대의 9평에서 3평으로, 독립된 개인묘지는 24평에서 9평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적당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확정될 경우 지금 있는 묘중 왕릉 시조묘
국립묘지내 묘등 역사적 문화적 보존가치가 있는 묘외에는 모두 2073년까지
납골당으로 옮겨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전국토가 묘지화 한다"는 얘기는 다소 과장됐다하더라도
묘지문제는 실로 심각한 문제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3대에 해당하는 75년 정도면 묘지사용기간으로 충분하고 면적 또한
3~9평이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

문제는 실천이다.

개정안은 사용연한이나 면적을 지키지 않는 묘에 대해서는 징역1년
1천만원의 벌금등 형사처벌과 강제이장조치를 취할수 있도록 하고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규정들이 제대로 지켜질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체벌규정이 약했다고는 하지만 현행법상의 면적상한 9평을 훨씬 초과하는
호화분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행정력을 동원한 감시및 처벌로 묘지 사용연한과 면적을 지키도록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관리하려 들더라도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닌데다 기본적으로 묘지관리를
위해 정부에서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할애한다는 것 그 자체가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묘지문제 해결에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수 있다.

10년 20년전에 비해 가족제도가 달라졌고 선영등에 대한 관념도
바뀌었지만 앞으로는 더빠른 속도로 바뀔 것이란 점을 너나 할것없이
모두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가 갖고있는 땅에 묘를 쓴 이상 10년이건 1백년이건 남이 상관할게
무어냐는 식의 인식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한 적합치
않다.

앞으로 더 빠르게 변할 가족제조와 선영에 대한 관념을 감안할때 후손들
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75년의 시한(법시행이후부터 계산)에
관계없이 지금 당장 오래된 조상 묘는 납골당으로 옮기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크고 호화롭게 묘를 썼다가 결국 강제철거라도 당하게되면 그 얼마나
돌아가신 이를 욕되게 하는 꼴이 될지도 아울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