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중 <청운회계법인 회계사>

우리경제가 이렇게 어려운 이유중에서 가장 큰 것은 기업이 과잉중복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기업가 경영자 은행에 있겠지만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잘못
운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MIT의 엠스덴 교수는 한국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7백여명의 경제학박사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앵글로색슨 경제이론에 파묻혀 있을 뿐 한국문화에
알맞게 이를 적용하지 못하여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적용하는 데는 이와 유사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자유시장 경제원리는 서양사람의 합리적 사고방식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사업에 승산이 있으면 과감히 추진하고 승산이 없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풍토에서 자유시장 경제원리는 빛이 난다고 생각된다.

또한 청교도 정신에 입각해 나의 자유도 중요하고 남의 자유도 존중하는
페어 플레이를 하는 환경에서 자유시장 경제원리가 성공한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합리적 사고방식도, 페어 플레이 정신도
부족해 자유시장 경제원리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 몫에 관한한 1달러까지 철저히 따져 계산한다.

그러나 순서를 기다리는 곳에 줄을 잘 서고 새치기를 하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시 교통도덕을 잘 지키며 자동차가 서로 접촉사고를 냈다고
해서 차를 버려둔채 길가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지 않는다.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과 어깨를 조금 부딪쳐도 서로 미안하다고 말한다.

페어 플레이 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신경을
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문화는 미국의 문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따라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허용하는 것도 미국과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이혼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이혼의 사유를 크게 따지지 않고
한쪽 부부의 의사에 많이 맡기는 편이다.

미국에는 일정장소에서 도박의 자유가 있다.

도박의 자유가 없는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서 도박의 자유를 맛보고
돈을 잃어도 만족해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도박의 자유를 인정치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도 얼마전의 일이며
해외여행 수지적자가 경상수지적자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소정의 자격이 없어도 누구나 세무대리 업무를 할수 있게 하고
있다.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미국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의사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의료행위를 할수 있게 하는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본 주부들은 그들의 식성에 맞게 만든 일본산 "기무치"보다는 한국산
김치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산 김치가 이렇게 인기가 치솟자 너도나도 김치수출에 뛰어들어
김치수출업체는 3백여개를 헤아린다.

이 과정에서 작년에 김치 4백g에 2백엔 하던 것이 현재는 1백50엔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건설업 유화산업 철강산업 자동차산업 생명보험업 증권업등 모든
산업에서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자유시장경제의 심판자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는 시장경제의
규칙을 만들고 이 규칙에 대한 심판자 역할을 담당한다.

운동경기에서 심판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승부욕에 집착하여 경기가 너무 거칠어지면 심판은 반칙을 주어 페어
플레이를 하도록 조정한다.

권투경기에서 선수가 너무 방어만 하고 싸우지 않으면 서로 공격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간의 경쟁은 앞에서 말한 바와같이 합리적 경쟁,
페어 플레이가 없는 "이전투구"이다.

여기에서 심판자인 정부는 합리적 경쟁을 하고 페어 플레이를 하는
경기를 심판하는 것과는 다른, 이전투구식 경기의 심판역할을 해야 한다.

즉 거친 경기를 자유방임하는 심판자가 아니고 자주 반칙을 선언하며
페어 플레이를 유도하는 심판자가 되어야 한다.

자유는 그 자유스런 행동에 책임을 질줄 아는 사람에 허가해야 한다.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자유는 제한되어야
한다.

MIT의 엠스덴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앵글로색슨의 경제학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에 맞는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방된 체제하에서 자국기업간의 경쟁은 외국기업과 대항하기 위하여
강자를 길러내는 과정이지 서로 싸우다 전부 상처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자유시장경제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미국 플도리다 감귤나무를
서울에 옮겨 심어 감귤이 아니라 쓸모없는 탱자만을 수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