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식 < 경기대 교수 / 개선사례분야 심사위원장 >

올해 연말께에는 국가적인 큰 행사가 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이다.

이 "큰 일"과 견주기는 어렵다해도 우리 산업현장에서 땀흘려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큰일이 오는 11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있을 예정
이다.

그것을 전국에서 가장 분임조활동을 잘한 팀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영예의 상을 받을 분임조를 선발했다.

지난 9월2일부터 8일까지 5일간 1백42개 분임조의 발표를 듣고 각 부문별로
5명씩의 학계 관련단체및 기업체의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았다.

심사는 품질경영중앙추진본부(한국표준협회)에서 마련한 심사기준에 의거
실시되었다.

이번 심사는 미인선발대회에서 미인을 뽑는다든가 운동경기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그러한 심사와는 전혀 다르다.

결과를 놓고 일정한 기준과 비교하는 심사가 아니라 그 우수한 결과가
있기까지의 땀흘려온 과정까지도 꼼꼼하게 질문하고 토의하며 우열을 가리는
것이다.

그것도 관련 산업체에서 온 많은 참관자들앞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올해 경진대회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분임조활동의 "질적향상"을 눈으로
확인할수 있었다.

이렇게 현장에서는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도 무슨 요인들이 우리기업을
이처럼 어렵게 만들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분임조원들끼리 자주적으로 개선테마를 찾아 서로 의논하고 공부하며
주위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개선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듣고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이건 "아름답고 믿음직한 사건"이 아닐수 없다.

말로만 품질경쟁력을 논하고 근로의식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번에
발표한 분임조 한팀만이라도 초청해서 발표를 들어보라.

품질향상과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을 이들로부터 틀림없이 배울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품질분임조활동을 심사하면서 개선돼야할 내용을 지적해
본다.

이 지적은 잘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말하는 것이다.

첫째 활동테마의 선정은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품질방침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자주적인 분임조활동이 그야말로 활동 그자체로 끝나서는 안될 일이다.

둘째 관련부문과 충분히 협조하는 일이다.

분임조원들 스스로의 힘만으로 문제점을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상사나
다른 부서의 관계자들과 기술적인 협조를 하는 일은 분임활동 본래의 이념
에도 합치되는 일이다.

세째 사용기법을 무리없이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통계적 품질관리기법들도 잘쓰면 도움이 되지만
무리하면 쓸데 없거나 왜곡된 정보가 얻어진다.

이외에도 발표자료를 알기쉽고 요령있게 작성해야 한다든지 경영자들의
보다 현실적인 관심과 지원등 부탁하고싶은 내용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체험했던 개선내용들을 그들 스스로
정리하고 준비해서 그들이 직접 발표하고 자랑할수 있는 그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