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고싶은 사람이나 자기사업을 해볼 생각이
있어서 단시간에 기업경영 노하우습득을 원하는 취업희망자라면 꼭 대기업을
고집할 일은 아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추고 급여와 복지수준에서 덩치 큰 기업들에 못지않는
유망 중소기업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요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는 반면
대기업들은 굵직굵직한 회사들마저 최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명예퇴직
등 감원을 단행하고 있어 이제 대기업 선호의 주요이유였던 "안정된 직장"의
구분마저 불명확해지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수가 많고 규모 업종 등이 천차만별인데다 흥망성쇠가
경영인의 능력이나 주변여건에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옥석을 가릴줄 아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업체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계속된 불황으로 작년에
비해 채용규모를 줄이거나 선발계획이 없는 회사들이 많아 중소기업 취업문은
대체로 좁아진 편이다.

특히 사람을 뽑더라도 채용공고 등을 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영세기업일수록
공채보다는 인맥 등을 통한 결원보충 차원의 수시채용이 많다.

따라서 요즘 부쩍 늘고 있는 채용박람회 등을 잘 활용하거나 공개채용을
하지 않는 회사에는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보는 것도 필요하다.

올초 중소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던 한 중소기업은 "초봉 1백만원에
생명보험 가입지원"이란 채용조건을 내걸었다.

이 회사는 점심은 물론 콘도사용권 제공 통근버스 운영 등 다양한 복리후생
조건들을 제시했다.

대기업 대졸 사원 초봉이 8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전원공급장치 메이커인 동아전기의 경우도 상위권
대기업수준의 급여에 연간 1천%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주택지원은 물론 회사안에 노래방시설까지 구비할 정도로 사원들에 대한
복지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 중에서도 실속있는 알짜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반기중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회사 중에서 한솔그룹은 해외유학 혜택을
내걸고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불황으로 작년 하반기의 1백50명에는 못미치는 1백명정도를 10~11월중
선발할 예정인데 5년차이상 사원중 직무수행능력 등을 평가, 국내 대학원과
해외 1~2년차의 MBA과정을 각각 5%씩 선발, 공부를 시켜준다.

미주그룹은 작년 하반기에는 뽑지 않았지만 올해는 건설수주 실적이 좋아져
9월 초순 기술직만 30명정도 선발할 계획이다.

회장이 40대인데다 회사 전체적으로 직원들이 젊기 때문에 능력발휘를 할수
있는 직장이라고 유혹하고 있다.

또 수산그룹은 지난해말 50명에서 올해는 연말께 30명정도의 신입사원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종래 경력과 신입사원을 동시에 선발해왔는데 앞으로는 신입사원
위주로 "수산인"의 자부심을 가질 인재들만을 선발, 교육시켜 회사의 일꾼
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건축자재 도료업 등을 영위하는 금강고려그룹도 11월말께 50명정도를 선발할
예정.

95년과 96년 하반기에 각각 3백명과 2백명을 선발했던 금강고려는 올해는
결원을 보충하는 정도로 규모를 줄였다.

업종별 하반기 채용기상도는 꽤나 흐린편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가 좋을 것으로 예상됐던 만도기계 두원 동양기전 등
자동차 부품업체나 제지업체도 기아그룹 부도유예와 경기부진여파로 신규
채용이 힘들거나 대폭 축소될 예정이다.

가구업체 중에서는 퍼시스 한샘 에넥스 등이 40~70명정도를 채용할 예정이고
섬유업종에서는 공장해외이전 내수 위축 등 악조건하에서도 성장성이 높은
영원무역 태평양물산 인성물산 등과 기술력이 있는 카인드웨어서울 우다 등
정도가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문구의 경우 모닝글로리 모나미 등은 지난해 수준인 30~40명정도, 지난해
뽑지않았던 바른손은 올해 약간명의 채용계획을 갖고 있고 시계업종에서는
아동산업 카이저산업 등 상당수 업체가 경력직 위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선업계도 신규채용을 대폭 축소한 가운데 대한전선 정도가 인력보충
차원에서 60명정도를 선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수질 대기오염방지 등 환경업종과 섬유중 부직포분야, 중국
러시아 특수로 호경기를 맞고 있는 피혁원단분야 등이 이른바 틈새업종으로
채용문호를 넓혀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컴퓨터나 전기 전자업종을 위주로 한 벤처기업들의 경우 인재
부족으로 연중 채용하는 업체들까지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국가경제 전체에 드리워진 어두운 불황의 그늘 때문에
아직까지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한데가 허다하다.

올 하반기 채용계획에서 나타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이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많이 뽑기보다는 조금 선발하되 교육을 잘 시켜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인력정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