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97 한국국제정상회의(코리아서미트)
이틀째인 11일 정몽구 현대그룹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도널드 존스턴
OECD 사무총장, 국제경영컨설턴트인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씨 등이 각각
연설하고 토론이 이어졌다.

정회장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김회장은 새로운 세계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역설했다.

연설내용을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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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이 약화된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다.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가 불안하고 수출물량을 소화해내기 위한
사회간접자본도 부족하다.

만성적인 자금초과수요로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시스템의 효율이 크게 떨어졌다.

근로윤리도 해이해졌다.

이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한국경제는 고비용-저효율이라는 구조
적인 문제에 부닥쳤다.

성장잠재력도 크게 약화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성장잠재력을 증대시킬 수 있을까.

첫째 한국경제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값싼 임금으로 활용하던 시대가
지났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첨단 기술력과 정보인프라 등 새로운 잠재력
요소들을 확보하는게 시급하다.

고임금시대에 걸맞는 근로윤리를 회복하는 것도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첩경이다.

둘째 그간 정부가 경제운영을 주도해왔으나 선진형 경제로 탈바꿈하는
단계에서는 정부주도 경제운영이 오히려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의 각종 규제는 기업의 창의력이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기업활동에 개입하기 보다는 자유경쟁을 유도하고 시장기능을
확충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대폭 늘리는게 중요하다.

물류비용이 국민총생산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쟁국들의 물류비용은 그 절반도 안되는 8%정도에 그치고 있다.

과도한 물류비용은 제품의 원가를 올리고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넷째 고금리의 벽을 깨야 한다.

고금리벽을 넘어서지 않고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할 수는 없다.

정부는 금융산업을 상업적으로 육성함으로써 국내금융이 고금리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게 바람직하다.

다섯째 정부는 경제상황을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판단해 대처하는게
필요하다.

당면 문제만을 우선 해결하겠다는 식의 단편적인 접근은 상황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고비용-저효율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경쟁력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데 정책의 목표를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도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이같은 노력과 함께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은 끊임없이 경영을 혁신,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도 다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경영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때가 됐다.

경제적 이익을 얻는 데만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는
등 좀 더 고차원적인 경영목표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기업들은 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데도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지식산업 등 고부가가치산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기술개발투자를 대폭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첨단기술력을 확보하지 않고 기업이 발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려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기업은 기술개발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이를 위해 전력
투구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기술개발노력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호혜적인 세계화를 통해 지구촌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기업들의
몫이다.

판매는 물론 생산 연구개발 등 기업경영의 전과정을 세계적 관점에서
재배치,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창출된 부가가치를 세계의
고객과 함께 나누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첨단기술이나 경영노하우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이 부분에서 선진국기업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20세기가 국가간 협력을 통해 세계경제가 발전해온 시대라면 21세기는
각국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서만 발전이 가능하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기업간 협력을 통한 세계
번영의 취지를 널리 전파하는데 적극 동참해줄 것을 제안한다.

< 정리=고광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