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11시 고양시 장항동 중앙로.

10여대의 오토바이들이 굉음을 내며 줄지어 달렸다.

운전자들은 모두 1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들.

줄 맨 앞의 오토바이가 운전실력을 과시하듯 빈 도로의 중앙선을 넘었다가
안쪽으로 급커브를 트는 동작을 반복했다.

길이 사거리에 다다른 순간 앞에 나타난 소형차가 이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오토바이의 10대들은 어처구니 없어하는 운전자의 얼굴을 힐끗 뒤돌아보며
그저 달려갈 뿐이었다.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일산 밤거리를 휘젓고 있다.

난폭 곡예운전으로 사고를 유발하고 굉음을 울려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것.

이들은 경찰의 단속손길이 미치지 않는 자정 이후부터 리스앞사거리 중앙로
밤가시2단지 마두1동사무소 등 "집결지"에 삼삼오오 모여들어 폭주행각을
벌이고 있다.

고양경찰서가 파악한 일산지역 폭주족의 수효는 대략 1백여명.

이들과 관련된 사고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6월까지 오토바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모두
2백48건에 사망사고도 3건에 이른다.

주민들의 소음피해도 심각하다.

이상 고온현상이 몇달째 계속되고 있어 밤에도 거실 문을 열어놓고 자는
주민들이 많아서다.

고양경찰서 교통지도계 양재일 경장은 "폭주족은 주로 중.고교생이나
일과시간을 마친 주유소 아르바이트생 중국음식 배달원 등"이라며 "폭주족
리스트를 작성해 가중처벌하는 등 꾸준히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막상
추격전을 벌이는 것은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폭주족문제는 사회적 불만을 품은 청소년의 선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오토바이 소음기를 개조해주는 등의 불법 정비행위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한 단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