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황장엽씨가 북한의 전쟁기도를 폭로했을 때 정치권과 언론은 하루이틀정도
"형식적인"반응을 보이는데 그쳤고, 지난 7월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아군과 교전을 했을 때도 며칠 지나니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하는 식으로
무관심해졌다.

대선을 향한 정치권의 관심은 오히려 "황장엽 리스트"에 훨씬 더 많은
듯하다.

국가의 안보조차도 혹시 정치적 흥정에 따라 그 실상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닌가 해서 못내 불안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물론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존재를 통한 미국의 영향력을 제외한다면 실제
전투력만으로 평가할 때 우리의 전쟁억지력은 적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이 보는 견해다.

따라서 우리는 전력증강을 위해 매년 엄청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사회여건으로 볼 때 하루 아침에 북한과
대등한 전력을 가질수 있도록 큰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두가지의 대책이 있을수 있다고 본다.

하나는 북한의 무기체계보다 월등한 일당백의 결정적 무기(decisive
weapon)를 보유하는 것이다.

그것은 상당한 전쟁억지력이 있을 뿐아니라 상대적 투자효율이 재래식
무기보다 훨씬 높아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한 해결책이다.

다만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여건이 그것을 가능케 하겠느냐 하는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을 것같다.

두번째는 지금 우리가 보유한 높은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군
지휘체계의 효율화 방안이다.

C3I(C Cubed I)이라 불리는 이 개념은 지휘통제(Comand Control)와 통신
(Comunication)은 정보와 함께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 하여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 즉 3C가 아닌 C3I의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이러한 지휘통제통신의 자동화체계를 적절히 이용하면 적보다 먼저
보고(선견)먼저 결심하고(선결)먼저 행동(선행)할수 있기 때문에 마치 장기
잘 두는 사람이 차와 포를 떼고 두어도 이기듯 개관적 전력이 열세라도 능히
적을 제압할수 있다는 이론이다.

민간차원의 높은 정보통신기술이 군의 첨단화에 일조할수 있는 좋은
기회라 아니할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