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벌떡 일어서고 나자빠지는 것은 브랜드 이름을 잘 짓기에 달렸다"

브랜드의 위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세등등하다.

좋은 브랜드는 세기를 뛰어넘어 기업과 명운을 같이 한다.

그러나 상품도 좋아야 하겠지만 나쁜 브랜드는 소비자의 기억속에서
멀어지며 상품과 함께 흔적없이 사라진다.

브랜드 네이머 박소영(28)팀장.

국내 제일의 기업이미지통합(CI)및 브랜드네이밍 업체인 인피니트에서
브랜드를 창조하고 있다.

이지업 이자녹스(LG화학) 천리안매직콜(데이콤) 삼양제넥스(삼양그룹)
해조미인(동원산업) 햇반(제일제당) 코디(쌍용제지) 톡톡(한화정보통신)
수중강타 세탁기(삼성전자) 등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

이들 사명과 제품명의 브랜드구축을 박팀장이 이끌었다.

"제가 지은 브랜드 이름은 내 분신과도 같습니다. 길거리를 가다 제가
이름지은 브랜드를 발견하면 가슴이 설레요. 이제 그런 벅찬 감동이 식을
때도 됐건만 브랜드에 대한 애정어린 감정은 식을줄을 모릅니다"

박팀장은 상품의 외적효용이 브랜드라는 내재적 가치와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네이밍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와 아주 평탄하게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던 박팀장은
지겨움을 견디다 못해 회사를 그만 뒀다.

영국으로 1년간 영어공부하러 갔다가 귀국해 인피니트에 몸담으면서 일에
흠뻑 빠져 있다.

박팀장의 업무는 지으려는 브랜드의 시장조사를 다니고 젊은이들이 넘치는
신촌 대학로 압구정동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유행을 파악하는데서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품목의 개론을 공부한다.

자동차면 자동차공학, 주류면 술의 역사와 제법, 화장품이면 미용과학을
알아야만 제대로 된 브랜드 전략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줄수 있다.

특히 가장 자주 다뤄온 화장품에 대한 식견은 박사급.

직접적인 브랜드 작명은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어휘집을 뒤적이고 길거리의
예쁜 간판이름을 수집하고 작명 프리랜서들이 제보한 이름중에서 선택한다.

프리랜서는 퇴직교사 전직 홍보실직원 작가 유행에 관심 많은 주부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을 박팀장이 관리한다.

이런 과정들은 보기와는 달리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브랜드 하나 짓는데 4백개의 후보명이 거론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변화무쌍한 것을 좋아하니까 진득하게
한 브랜드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세탁기의 경우만 봐도 "수중강타" "폭포
물살" "통돌이" "손빨래" 등 회사명 앞에다 무엇을 갖다 붙여야 새상품인줄
알고 관심을 갖게 됩니다"

박팀장은 이런 경향이 코카콜라와 같은 빅브랜드가 국내서 클수 없는
장애가 된다고 꼬집는다.

또 대기업들이 많은 돈 들여 외국업체에 CI를 맡기는 것은 사대주의라고
밖에 볼수 없다며 국내업체들도 충분한 실력이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인피니트가 지은 브랜드는 너무 좋아 사명까지 바꾸게 만들었다.

연합인슈가 산내들로 바뀌었고 조선맥주가 하이트그룹으로 개명할 채비를
하고 있다.

박팀장은 "수세기를 함께할 견고한 브랜드를 창조해 보고 싶다"며 "앞으로
브랜드네이밍과 기초CI외에도 브랜드의 탄생부터 성장과정까지 총괄적으로
참여하는 브랜드 컨설팅을 모색해 보겠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