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노자는 성인을 이렇게 규정했다.

"모든 일에 있어서 자기 자신의 일은 뒤로 밀어두고 타인의 일을 먼저
생각한다. ... 또 자신의 몸을 저버리고 타인을 위해 진력한다. 결국
성인은 사심이 없다. ... 그렇게 해서 그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길이
보전하게 된다"

인류사상 가장 위대한 성인을 들라고 하면 흔히 공자 석가 예수를
첫손가락으로 꼽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만천하의 사람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주어 행복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인도하는 커다란 이상을 전파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뒤 성인은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유교에서는 요와 순임금, 하왕조의 창업에 헌신한 문왕 무왕 주공,
그리고 유교의 시조인 공자를 성인으로 추앙한다.

이들은 처음엔 예악과 제도를 제정한 인류문명의 창시자들이었고 뒤엔
공자가 가르친 인간 최고의 윤리가치인 인의도덕의 도를 구현한 이상적인
인격자들이었다.

불교에서는 덕이 높은 승려를 성인 또는 상인이라고 높여 불렀다.

종교상의 위인으로서 신성시되고 숭앙받는 인격자라는 의미에서의
성인으로는 불교 개조인 석가를 비롯 종교적 이상의 구현자였던 용수,
자비를 실천했던 행기 등 많은 인물이 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가 복음전도를 위해 특별히 선발한 12사도를 비롯
전도에 공이 컸던 사람들과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몸을 바친 순교자들을
성인으로 받들고 있다.

바오로 베드로 야곱 마테오 마르코 루가 요한등 "성서" 집필에 관계한
사람들,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퀴나스 같은 사상가들, 수도원의 성자
프란체스코, 동양에서 선교활동을 하다가 병사한 자비에르 등의 이름도
그 반열에 든다.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의 어머니로서 숭고하고 헌신적인 삶을
이어온 테레사(87)수녀가 지난 5일 영면하자 세계가 교파를 초월하여
애도하고 있다.

교황청이 그녀를 성인으로 선포하려면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그녀의 족적은 노자가 지적한 "진정한 성인"이었음을 재확인
해주고도 남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