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웅은 자기전에 영신에게 전화를 넣는다.

"자기 지금 자는거야?"

"아니 그냥 누워 있었어. 나는 허약 체질인가봐 이렇게 맥을 못추니"

"내가 매일 맛있는 도가니 탕을 끓여주면 자기는 아주 변강쇠의 옹녀가
될거야 소질은 있으니까"

"끔직한 소리는 농담이라도 말아요.

어디 있다가 지금 들어 갔어요? 내가 몇번이나 신호를 넣었는데 메모리가
나와서 녹음하라고만 속삭이던데?"

"응 오다가 소녀에게 또 걸려 들었어. 나는 이제 이 오피스텔을
떠나던가해야되. 옛날에 알던 여자들이 찾아올수도 있구 집을 아는 여자는
한두명뿐이지만, 강적들이야"

"내가 어서 나아야 우리들의 스윗홈을 만들텐데 어떻거나?"

"그러니까 나는 곧 이 오피스텔을 전세놓고 다른데를 알아볼게요.

얼마정도 짜리면 당신의 수준에 맞을까?"

그녀는 난처하다 아버지에게 달래기전에는 통장에 십만원도 없는
빈털털이다.

지금 그녀는 자기가 재벌 거지같다고 느낀다.

정말 한심한여자다.

그러나 모처럼 자기와의 동거를 위해 집을 내놓고 옮긴다는 상황에서
모른척 할수는 없다.

"저 사실은 내가 말죽거리에 빌딩을 하나 내놓고 있는데 그것을 팔면
큰돈이 되지만 지금은 이렇게 주머니가 비었어. 그러니까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참아요.

정 안되면 아버지에게 말할거니까.

그 빌딩을 담보로 아버지에게 돈을 빌릴거니까.

하하하 우리아번지는 나에게도 이자를 내놓으라는 사람이야. 물론
받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산은 깨끗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된다는
철학때문이지요"

"나는 오늘이라도 또 누가 쳐들어올까봐 여기 있기 싫어 정말이야.
여자들이 무서워. 나는 여기 있기 싫어요.

공포스러워 여자들이 나를 공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그들을
만나기가 싫은거야.

어린처녀아이는 반은 또라이같아. 아무데나 나서며 내가 자기의 뭐나
되는 것처럼 나를 괴롭혀"

"그거 정말 큰일났네. 어떻하지? 말죽거리에 내놓은 빌딩만 팔리면 나는
금시 부잔데 지금은 빈 깡통 통장인걸. 미안해요"

"아무튼 나는 어서 이 지옥을 벗어나고 싶어. 내가 왜 죄도 없이 가끔
그애에게 시달려요?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해볼게요.

조금만 기다려봐요. 우물에서 숭늉 찾겠네"

"당신은 나를 지키고싶지?"

"물론 그럴러면 나를 여기서 빨리나가게 해줘요"

그는 어리광을 피우면서 그녀에게 매달린다.

"나는 요새 좀 고민이 많아요.

다음에 그대에게 갈때는 내가 붙던 적금통장을 당신에게 갖다줄게.
당신이 마저 부어줘요.

그리고 만기되면 내가분것 만큼 주면되요"

"이자까지 계산해야지요.

적금을 붙는다는말 정말 대단하게 들린다.

나는 그렇게 자기가 차분한 남자인줄은 몰랐어요.

이뻐라. 뽀뽀를 보내요.

그래요.

내가 부어줄게 가지고와요.

얼마짜리지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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