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 수입도 같이 늘어
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계류 및 주요부품, 곧 자본재의 대부분을
일본 등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는 총 6백29억달러의 자본재를 수출하고 7백27억
달러어치를 수입해 98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적자(2백6억달러)의 거의 절반(48%)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본재 수출입차이를 보면 적자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 94년 96억달러에서 95년 1백54억달러, 지난해엔 1백71억달러로
해마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말로는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이르렀다고 하면서도 주요부품의 상당수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다 쓰는 것은 우리경제의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자본재산업의 육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무역수지 개선은 물론 현재의
경기침체와 불황으로부터 벗어나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길은 한낱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지난해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55개 자본재 수요업체와 1백25개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국내 자본재산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우리나라
자본재산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자본재기술은 일본의 80.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은 75%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반해 가격은 일제의 75%선에 그칠 정도로 저렴한데도 수요업체들이
일제를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우리나라업체 스스로 국산 자본재에 대한 인식과 신뢰성이 없다보니
자본재산업 육성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본재산업은 최근들어 정부와 재계가 자본재산업의
중요성을 절감, 자본재산업 국산화를 위한 다양한 시행방안을 내놓으면서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5월 통상산업부가 <>수요기반확대 <>생산지원확대 <>품질보증확대
<>기술인력 정보지원 <>외국인투자 유치 등을 주내용으로 내놓은 자본재육성
시책이 좋은 예다.

통산부의 이 육성책은 자본재의 수요자는 주로 대기업이, 생산공급자는
중소기업이 많은 점을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을 통한 기술발전을
유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반기계처럼 특정 수요대기업이 없는 경우는 통산부가 수요 및 생산
업체의 참여아래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제품의 개발에서 판로확보까지 일관성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자금지원은 물론 기술인력 정보 등의 기반을 조성하고
전자 기계 자동차 등 각 부문에 대한 고른 지원으로 시너지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본재산업의 육성은 사실 막대한 투자 및 고도의 기술개발,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나 재계 어느 한쪽만으론
달성되기 어렵다.

그러나 자본재 국산화사업이 순탄하게 추진되면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물론
생산원가절감 신규고용창출 중소협력업체의 기술력향상 등 여러가지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자본재 산업은 높은 기술과 숙련된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후발공업국에 의해 추격당할 위험성이 거의 없고 전형적인 소량 다품종 생산
산업으로 수요자인 대기업과 공급자인 중소기업간의 협력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자본재산업 육성이야말로 최근 경제침체에 대한 중장기적인 해결책일뿐
아니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