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기 침체와 세계 경제의 개방화추세가 맞물리면서 국내기업들이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대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쌓아가기 위해선 대변신이
불가피한 것이다.

"구조조정"이 21세기의 기업및 국가경제 생존의 키워드로 부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와 업계인사들을 초청,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의 구조 조정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강만수 재정경제원 차관, 김효성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유한수
포스코경영연구소 소장, 양재신 대우자동차 사장, 심갑보 삼익물산 사장,
변도은 한국경제신문 주필 등이 참석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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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구조조정이 경제계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지만 실제 구조조정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해석이 구구합니다.

기업 구조조정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수 있겠습니까.

<> 유소장 =기업의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대개 사업영역이나 주력업종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소유구조, 지배구조까지 3가지를 모두 다 다루는
것입니다.

요즘은 대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업종으로 나가야 한다는데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습니다.

소기업이나 영세기업의 경우 사업영역을 바꾼다면 그것은 전업이지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요즘 문제가 되는 구조조정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얘기될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 양사장 =제조업에서는 생산방식변경, 제품의 질향상, 원가절감등 기존
사업자체에서 경쟁력을갖추기 위한 각종 경영개선을 구조조정이라고 봅니다.

경쟁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는게 구조조정이라는 의미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해당되는 것 아닐까요.

<> 사회 =한때 리스트럭처링이란 말이 매우 유행했었죠.

리스트럭처링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경영개선인데요, 그렇다면 지금
논의되는 구조조정과 리스트럭처링은 어떻게 다를까요.

<> 심사장 =구조조정이란 내부와 외부적 구조조정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내부적인 구조조정이란 경영혁신, 리스트럭처링등도 포함될테고 외부적
구조조정이란 기업 합병, 분할등을 통해 기업이 형태를 바꿔나가는
것이겠습니다.

따라서 내부, 외부적 구조조정을 총괄해서 봐야할것 같습니다.

<>김부회장 =결국 기업이 경영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느냐가
기업 구조조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업 자체적인 적응노력과 정부측의 지원이 모두 필요합니다.

과거에도 정부의 구조조정의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요.

지난 84년 공업발전법에서도 일부 산업구조조정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러나 현 싯점에서는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게 몹시 중요합니다.

<>강차관 =기업구조조정의 가장 핵심은 무엇보다도 재무구조조정입니다.

최근 경영난에 봉착한기업을 보면 자금의 구조상 공통점이 있습니다.

매출액과 부채액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란 점입니다.

금융부채의 50%가 제2금융권 부채, 즉 단기부채라는 점도 한결같구요.

둘째 대기업그룹들의 상호지급 보증을 통한 선단신 경영이 문제입니다.

호황기에는 선단식 경영하에서 한기업이 잘되면 그룹내 다른 기업도
모두 잘됐죠.

그러나 지금같은 개방체제에서는 하나가 잘못되면 모두 망하게 됐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수 있습니다.

셋째, 입퇴출 문제입니다.

기업이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시장에 맘대로 들어가고 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유롭게 나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습니다.

이 세가지가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고 구조조정의 핵심입니다.

<>유소장 =한국 특유의 대기업 관행도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장애입니다.

우선 기업그룹간의 순위경쟁을 들수 있습니다.

순위에서 밀리면 대출이나 사회적 인지도등에서 불리해지니까 구조조정을
늦추는 측면이 있다는 얘깁니다.

진작 대기업그룹에서 탈락됐어야 하는데도 대기업그룹간 친소관계
때문에서 지원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역학관계도 문제구요.

2세 경영인의 경우 창업주의 창업취지를 훼손하지 않는게 효도라는 유교적
생각때문에 억지로 사업을 꾸려가는 사례도 있습니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이 판단을 잘못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중복
과잉투자된다면 이것은 국민경제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나 금융기관이 타율적으로 조정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볼때 과도한 차입경영을 시정해서
금융비용을 줄여야 하겠지요.

그러나 수익성 없는 사업을 과감히 잘라내는 기업 스스로의 구조조정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양사장 =문제는 잘되는 사업과 잘안되는 사업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경영능력이 좋은 사람이 하면 잘되고 그렇지 않으면 못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분이 애매합니다.

업종도 원래 좋은 업종이나 나쁜업종이 있는게 아니죠.

기업 내부적인 문제가 상당한영향을 미칩니다.

<>사회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져야 하겠습니까.

<>유소장 =구조조정에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고경영자가판단을 잘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물을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경영에 실패하고도 최고경영자가 안물러나는 체제에서는 구조조정이
될수가 없습니다.

이런점에서 유능한 최고경영자를 데려올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구조조정을 빨리 할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사외이사제도나 거액의 돈을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대규모
투자결정에 개입함으로써 투자에 신중을 기할수 있도록 하는 방법등이지요.

<>사회 =몇몇 대기업에서 사장을 공채한 것도 전문경영인체제를
정착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사장 =회장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제아무리 공채로 전문경영인을
뽑아본들 소용없죠.

회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전문경영인 체제는 성공할수 없습니다.

<>사회 =그러나 지금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해도 할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최근 무역협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0%이상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으로선 각종 구조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심사장 =지금은 기업이 부동산을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정부측에서도 기업의 부동산이 팔릴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인수 합병, 분할의 경우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예컨데 법인끼리 합병할 경우 피합병법인의 이월결손금에 대한 합병법인의
승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합병법인의 세금부담이 큽니다.

<>김부회장 =지금은 기업들 스스로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측에서도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을 하고 지원책을 좀더 적극적으로 강구해주셨으면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업용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차입금 상환목적이란 사실만
증명되면 특별소비세 감면대상으로 포함시켜주는등 세제혜택범위를
좀더 넓혀주셨으면 합니다.

<>유소장 =구조조정과 관련해 정부가 해줘야 할것도 있지만 해서는
안될 일도 있습니다.

벤처기업 육성이 대표적인 예이죠.정부 지원없이도 해나갈수 있어야
진짜 벤처기업입니다.

벤처기업은 정부가 육성한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죠.

금융기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대출기준에 보면 잘되는 업종, 못되는 업종을 분류해 놓고
거기에 맞춰 대출수준을 정합니다.

그중에는 섬유산업은 요주의 업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러나 섬유는 사양산업이 아닙니다.

특히 패션같은 것은 굉장히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이런것을 여신규정에 잘못 분류해 오히려구조조정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심사장 =정부의 차입경영 규제방향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부터 차입금이자기자본의 5배이상이면 초과차입금에 나가는 이자에
대해 손비처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게 정부방침입니다.

그러나 그간 한국 기업의 성장사를 보면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경제는 수출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도 기업에 저리융자를 통해 수출을 촉진해왔구요.

그런데 80년대들어 이런 관행이 특혜시비에 휘말리자 정부는 증시등
직접금융활성화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증시가 과열되자 이를 억제하는 과정에서 그 돈이
제2금융권으로 들어갔죠.

그러다 보니 금리가올라가고 그만큼 금융비용이 높아진 것입니다.

따라서 기업에 대한 차입경영 규제라는 발상은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이는 것보다는 이익이 날수 있는 체질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기업자금의 직접조달이 용이하도록 하는 환경조성도 중요합니다.

이런점에서일정율 한도내의 배당후 법인세 징수정책등을 통해 투자유인을
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이런식으로 기업 스스로가 체질강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부채비율을
줄여나가야지 인위적인 방법은 좋지 않습니다.

<>김부회장 =금년 5월 통산부 조사에 따르면 3백25개 업종중 63%에
달하는 2백5개업종에 진입규제가 있는것으로 나와 있습다.

특히 유통, 건축, 에너지, 공기업등의 분야에서 입퇴출 장벽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진입장벽을 빨리 허물어주는게 기업들의 구조개선을 위해상당히
시급합니다.

<>강차관 =구조조정 걸림돌중 하나가 어음에 의해 공장이 지어지고 제품이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종속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어음제도와 함께 부도시스템도 문제입니다.

한 그룹이 특정 은행지점과의 거래에서 한번 어음부도가 나면 전
금융기관에 대한 부도로 연결됩니다.

이런 경직된 부도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뿐입니다.

미국의 경우특정 은행과의 당좌거래에서 부도가 나서 다음날 돈을 넣으면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것으로 끝납니다.

정부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부도유예협약, 회사정리법, 파산법등 모든
관련법을 종합해 가능한 빠른 시일안에 구조조정과 M&A를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방침입니다.

여기에는부도, 어음제도도 포함됩니다.

<정리 = 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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