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억5천만명에 가까운 네티즌을 즐겁게 하는 인터넷이 드디어
상용화에 눈뜨기 시작했다.

정보검색이나 대화방에 쓰이던 인터넷에 EC(Electronic Commerce :
전자상거래)가 침입한지 얼마 안되어 벌써 인터넷은 상업화 물결에 휩싸이고
급기야는 그 본질까지도 빠른 속도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EC는 인터넷을 통한 단순한 상품의 주문및 지불에서, 종국에는 비즈니스의
지불 인프라로서 각종 구매 조달및 무역까지도 실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인터넷에 들어가면 각종 쇼핑몰에서 잡지 CD 등 신용카드를 이용한
구매유혹이 도처에서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에는 이러한 EC에 편승하여 "쿠키"라고 하는 희한한 물건이
등장하였다.

쿠키는 전자 상거래에서도 마치 사람이 고객을 1대1로 상대하는 것처럼
고객 위주 쇼핑을 가능케 하는 가위 천재적인 프로그램이다.

즉 고객이 쇼핑을 하기 위해 EC에 들어오면 쿠키는 그 고객이 그전에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했고 무엇을 쇼핑했는지 등을 검색하여 그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 가격 색깔 등을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그야말로 고객 감동
쇼핑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고객감동의 노력이 자칫 고객 우려의 결과를
가져올수 있다는데 있다.

즉 인터넷 속에서 고객이 무엇을 했는지를 그 누군가가 낱낱이 알고 있고,
이것은 곧 사생활의 침해, 나아가서는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던 은밀한
생각과 행태까지도 이젠 더이상 비밀이 아니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극히 편리한 생활, 모두가 꿈꾸어왔던 유토피아는 결국 오기는 왔는데
그것이 이제 머리를 컴퓨터 속에 집어넣어 고해성사 하듯 나를 다 밝힌
다음에야 가능한 세계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쪽을 택해야 할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