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부 공기업의 사장이나 이사 자리를 외국인에게 개방하겠다는
보도는, 특히 경제가 어려운 경황중이라 그런지 적지않은 관심과 함께 많은
것을 생각케 만든다.

이와 관련, 재경원 당국자는 내달초 성안할 공기업민영화 특례법 시행령에
외국인임원 선임의무를 조문화하는 방침을 부연설명한 것으로 돼있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그러한 발상의 배경이다.

문맥상 국영기업 민영화의 대안으로 정부가 찾아낸 것이 유능한 경영인
공채를 통해 낙하산인사의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그 끝에 외국인 임원을
채용하면 선진 경영기법을 배우는 일석이조가 된다고 내쳐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통신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담배인삼공사의 4사가 사장공채 1차 대상에 오른 것은 무난한 접근이다.

이런 마당에 국영기업 민영화의 타당성을 재론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
되고 말았지만, 공기업경영진 임면에 정치권내지 정부의 개입을 차단,
공개채용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실행을 전제로 옳은 선택이다.

아무리 공채규정을 둔다 해도 실제 심사과정에서 권력의 입김, 부정의
소지는 여전히 남으니 공기업 경영개선에 완전한 보장이란 있을수 없다.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그런 우려는 가실수 없다.

문제는 외국인 경영자의 채용이 법령에 의무규정을 둘만큼 공기업
경영개선에 필수적이며 과연 금과옥조인가 하는 것이다.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라면 그 경로는 얼마든지 있다.

경영계 학계를 막론,인적 물적으로 미국경영학이 국내에 풍미한 것은 이미
오래며 그 판세는 가히 압도적이라 할만 하다.

한마디로 한국기업들이 경영기법에 무식해서 가지고 있던 경쟁력마저
감모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가진 노하우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며 실천에는 노력은 물론
소유자-경영자의 합리적 경영철학이다.

논리상 세계화시대에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필요에 응해 외국인 경영자를
초빙하는 것은 누구라도 막을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되, 아무리 국유
기업이라도 외국인임원 채용의무를 시행령에 못박는다는 것은 균형감각을
잃은 처사로 비친다.

4개 대상 공기업에 사장추천 기구를 두는 바엔 임원채용 심사에 내외국인
차별을 없애도록 위임하는 쪽이 훨씬 사리에 맞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것은 외국인사장 고용론이 재개된 배경이다.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갈수록 열위조건을 심화시키고 있는 한국기업의
결정적 결함이 문제이며, 이것을 찾아내 보완하는 일은 외국인 사장을
모셔야만 가능하고 한국인 스스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 아닌가.

창업자 세대가 지나고 2~3세대 시대가 열린 마당에 매출-외형-외관
위주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력을 중시하는 경영관으로 전환하는 일은 또
하나의 외형인 외국인사장 초빙보다 더욱 시급한 과제라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