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정답게 맥주를 마시고 있는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미아는
너무 분통이 터져서 어쩔줄 모르고 위스키를 벌컥벌컥 마신다.

그리고 술에 취하자 용기를 내서 그들 앞으로 걸어간다.

"이봐요, 림영 오빠. 오빠는 왜 나같은 처녀를 사랑 안 하고 이런
아줌마하고 만나요? 시시한 연상 취미잖아?"

그러자 지코치가 벌떡 일어선다.

"미아, 무슨 행패를 부리고 있는 거야. 이 분은 나의 친구야"

"친구 좋아하시네. 골프마담이지.당신이 골프 코치이고 지글러라는 것을
다 알게 되었어. 순진한척 하지마. 당신은 연상 취미가 얼마나 더러운
소문을 낳는지 알아요?"

미아는 제 정신이 아니다.

"미안합니다, 옥경씨. 잠깐"

그는 미아의 팔을 끌고 그녀가 왔던 쪽으로 간다.

그녀의 가방이 놓인 테이블이 보이자 미아를 주저앉히며 엄격한 표정이
된다.

"저 여자가 당신의 약혼자야?"

"아니야. 미아, 정말 왜 그래? 다시는 안 나타난다구 하구선. 정 이러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어"

"그 생각이 뭔데?"

"어머니에게 일러바치는 거야. 알겠어? 나는 미아에게 나쁜짓 한 것
없으니까"

"없다구? 없지 않지. 나를 이 모양으로 병들게 했으니까.

나는 당신을 못 가지면 가질 때까지 아무 것도 못 해. 학교고 뭐고 그만
둘 거야"

"어머니에게 일러버릴 거다.

미아 내말 들어 나도 너처럼 바보짓해서 공부할 시기를 놓치고 운동선수가
됐고, 후회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림영 오빠는 교포도 아니고 골프 코치더구먼. 나는 오빠하고 장난하는
것 아니야.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꼭 당신같은 남자라야만
돼. 당신은 이제 나의 신앙이야. 멋있어. 한국 최고야"

지영웅은 자기와 자보지도 않고 자기를 인정해주는 그녀가 참으로
기특하고도 귀엽다.

그러나 그것은 소녀의 꿈이다.

더구나 공박사는 자기가 어떤 놈팡이인지 잘 알고 있다.

자기에게는 어머니같은 여자가 필요하다.

영신이 바로 그의 여왕이다.

"미아, 나는 너와 정말 사랑을 할 수가 없어. 그리고 아무 것도 안 돼.
네가 날 사랑한다고 따라다니는 것은 네 자유지만, 나는 너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 너는 지긋지긋한 여자야. 정신병 환자 같아. 네 어머니가
알면 정신병원에 넣을 거야. 이쯤 해두고 공부해. 제발 빈다.

술주정했다고 치고 어서 돌아가.

그리고 다시는 내 주변을 맴돌지 말아. 사람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처럼 죄를 짓는게 없다는 것 알아? 아무튼 나는 네가 너무 어려서 싫다.

다시는 너를 보는 것도 싫어. 알겠어?"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