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의 특성에 맞게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전적으로 저에게 달려있죠"

양주와 포도주를 유통하는 세계 제일의 주류회사인 IDV.

최경애(27)씨는 이 회사의 한국지사인 ID코리아에 근무한다.

세계 제일의 리퀴르인 "베일리스"와 데킬라인 "호세 쿠엘보"의 주류 브랜드
매니저다.

IDV는 이들 품목과 스카치 위스키 "제이앤비", 보드카 "스미노프", 코코넛럼
"말리부"를 취급하는 주류 유통회사이지만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는 회사를 움직이는 원천이 제품이라기보다는 브랜드라는 것을 입증해
준다.

그래서 브랜드 매니저는 이 회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브랜드 매니저는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의 가격으로 제품을 시판할 것인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어떤 전략으로 확립시켜 나갈 것인지를 정한다.

최씨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적합하게 확립돼야 소비자를 설득해 구매를
유도할수 있다"며 "브랜드 매니저는 브랜드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맡고 있는 베일리스는 아이리시 위스키와 아이리시 크림을 혼합하고
바닐라향과 초콜릿향을 넣어 만든 20대및 30대초반을 겨냥한 술이다.

또 호세 쿠엘보는 멕시코 특산인 백합과의 아가베 뿌리를 삶아 그 물을
발효시킨 것으로 황금빛이 찬연한 데킬라다.

국내 양주시장은 스카치 위스키가 양주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주류는 조족지혈의 빈한한 지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경애씨는 새로운 취향의 양주를 마셔보려는 사람들에 힘입어 처녀지인
기타 주류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를 맡은지 어언 2년째.

2년전에 비해 판매량이 6백%에 가깝게 신장했다.

빠른 성장속도에 큰 보람을 느낀다.

이를 위해 최씨는 밤마다 올빼미가 된다.

시장조사차 술집에 간다.

여자가 밤마다 상습적(?)으로 술집을 드나들다니.

고충이랄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을 자연스럽게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브랜드 매니저는 취급제품이 무엇이든간에 젊은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최씨는 소개한다.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브랜드를 소비자의 욕구에 소프트랜딩시키는 일은
끊임없는 창조적 사고와 노력을 요구한다.

마케팅 전략, 광고및 홍보전략을 짜고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관련 법적사항을
헤쳐나가는게 모두 다 브랜드 매니저의 몫이다.

마케팅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경험하는 것이다.

최씨에게 이런 일은 죄다 흥미로운 일거리다.

또 브랜드에 미치는 자신의 권한도 크다.

그러나 권한만큼 책임도 무겁다는게 직업에 관한 신념이다.

최씨는 "브랜드 매니저는 마케팅이 중시되는 추세에 비춰 점차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라며 "아직도 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직장풍토를 감안하면
섬세한 감각, 창조적 사고, 넘치는 패기를 요구하는 브랜드 매니저가 여성의
역량을 펼치는데 적합하다"고 자평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