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건이 감격과 동시에 분노와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북경수로 건설지원사업이 그렇다.

역사적인 부지 정지공사 착공식이 있던 8월중순 국내 각 TV에서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생중계를 하였는데 웅장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발파장면을 보면서 벅찬 감격을 누를 길이 없었다.

더군다나 현장 곳곳에 한국전력의 회사 로고와 표지가 눈에 띌 때 가슴
뿌듯함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그뒤를 이은 북한측 대표의 축사와 북측 경수로기획단장의
기자회견 언행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의 실질적 비용부담과 시행국인 대한민국이나 주계약자인 한전에
대해서는 시종일관 한마디 언급도 없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주력하는
인상이었다.

심지어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협박도
마다하지 않았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우리측의 의미 부여가 헛되지 않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미.일 3국간의 경비분담문제를 비롯한 산적한
현안문제에 대해 보다 현명하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대해서 감상적인 접근태도를 지양하고 냉철한 인식아래 신중한
대처가 요망된다.

황의주 < 한전 사옥건설처 총무과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