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달 29일 연세재단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삼성경제
연구소와 공동으로 제8회 한경크리에이티브 포럼을 열었다.

"21세기 경영환경과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시나리오 경영"기법이 집중 소개됐다.

숨가쁠 정도로 몰아닥치는 경영환경 변화를 직시하는 한편 어떤 경영자세로
21세기를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 소개된 시나리오경영기법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어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삼성경제연구소의 박희정 수석연구원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정리 =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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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시대의 시나리오 경영 ]

지금까지의 기업환경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근면 성실형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들은 근면 성실하게 일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변화로 도태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의 패러다임 변화로 어제의 강점이 오늘의
약점으로 전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영환경은 과거와 달리 충격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나리오 변수들의
증가로 기존의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구조
변화가 일고 있다.

그래서 매년 정부기관에서 발표하는 경제예측이 빗나가고 기업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중장기 발전계획이 잘 맞질 않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부각되는 정보통신분야 등에서는 더욱 두드러져 기존의 모델
만으로는 중장기 전망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과거 "외줄타기 경영"에서의 근면 성실과는 달리 현재의
경영은 미래 상황의 흐름을 읽고 이에 탄력적으로 대비하는 기업의 능력이
승패를 좌우하게 된다.

이를 위한 경영자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선수는 볼을 잡은 후에 볼을 줄 방향을 생각하다가 볼을
빼앗기는 반면 유능한 프로선수는 미리 몇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볼이
오자마자 앞으로 뛰는 선수에게 볼을 패스한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환경변화가 닥친 후에 적응하려다간 너무 늦기 때문에
향후 전개될 상황을 최대한 반영, 몇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각 상황에
따른 방안을 갖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처해진 상황 속에서 생산 판매 영업 기술 신규사업 등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향후 전개될 방향에 대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예상
되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함께 작성해봄으로써 전체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각자의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직내 공유된 가치관이 형성되고 관련 부서간의 협조와 각
부서의 역할이 선명해져 상황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뛰어나게 된다.

시나리오 경영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중에 하나가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셸이다.

셸은 과거 낮은 유가로 누구도 에너지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던 시절에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 조만간 에너지 위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예상해 세계
7위의 메이저 석유회사에서 2위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반해 IBM은 80년대에 지금과 같은 개인용컴퓨터의 폭발적인 수요와
컴퓨터 네트워크의 잠재성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현재의
위치로 전락했다고 시나리오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시나리오 능력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해 미국 일본 등 선진
기업에서는 내부적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으나 내용의 성격상 공개하기
어려운 사항이 많아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시나리오 경영기법은 요즘과 같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효과적이어서 새롭게 부각되는 산업이나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
하는 기업 및 조직 등에 필요하다.

시나리오는 처음 작성하기는 힘들어도 한번 완성된 시나리오는 부분적인
수정을 가해 쉽게 재작성할 수 있어 항상 전 구성원들이 변화의 방향을
미리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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