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달 29일 연세재단빌딩 국제회의실에서 삼성경제
연구소와 공동으로 제8회 한경크리에이티브 포럼을 열었다.

"21세기 경영환경과 기업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시나리오 경영"기법이 집중 소개됐다.

숨가쁠 정도로 몰아닥치는 경영환경 변화를 직시하는 한편 어떤 경영자세로
21세기를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 소개된 시나리오경영기법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어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삼성경제연구소의 이범일 시장전략실장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정리 =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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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패러다임의 전환 ]

최근 우리 경제는 일찍이 없었던 이례적인 사태에 직면해 있다.

불과 한두달 사이에 한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무너졌고 과거 부동으로
인식되던 10위권내의 대기업들까지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경기침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고 있는 환경변화의 물결에 걸맞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 경제는 이미 선진국형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어 자산
디플레이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외환 금융시장의 불안도 과거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또 국가경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몇몇 선도산업이 주도하는 산업구조에서
모든 산업이 골고루 제 역할을 하는 오케스트라형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더욱이 소프트 측면이 부가가치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추세는
훨씬 빨라질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은 정보화의 확산과 함께 날로 다양해지고 저임금의 비교
우위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이제는 성장일변도의 논리에서 벗어나 성장과 안정의 조화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폰이 창사이래 최대호황기였던 지난 94년에 오히려
설비투자 40% 감축, 18개 사업부 정리, 7천명 감원이라는 감량경영을 추진
했다는 것은 "기업이 살아가는 법"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앞으로는 망라주의식 외적 성장에 집착하기보다는 선택적 집중을 통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

카메라 복사기 프린터 등 여러 방면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캐논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도 광학기술이라는 핵심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기에 앞서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강하기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만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존슨&존슨은 진통제 타이레놀이 독극물사건에 연루돼 두 사람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회사의 잘못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과성명을 냈다.

그리고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즉시 모든 제품을 회수, 시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얻게 된 존슨&존슨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변해가는 환경속에 자칫 도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이 시기에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덧없는 규모의 환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고도성장기의 패러다임으로 일단 사업을 벌이기만 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더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자기 기업에 맞는 핵심역량을 키워서 절대우위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상생의 이미지를 본원적 경쟁력으로
새롭게 해석, 자산으로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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