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경제현실로 보아 연구개발(R&D)투자만큼 절실히 필요한 분야도
달리 없을 것이다.

경제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고 자부하면서도 주요 기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R&D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증권거래소의 분석에 따르면 조사대상 3백58개 상장기업의 상반기 R&D
투자액은 전년동기보다 26.8%나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율은 이들 기업의 매출액증가율 12.4%의 두배를 넘는 것으로
매출액에서 R&D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1.78%에서 2.01%로 높아졌다.

특히 극심한 불황에 따른 매출부진과 이익감소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며 R&D 투자를 이처럼 크게 늘렸다는 것은 우리 기업의 안목이
그만큼 깊어졌음을 의미한다.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감에 있어 기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본격화된 세계 무역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것도 기술이다.

특히 80년대 후반이래의 대내외 환경급변에 대한 산업구조적 적응이
매우 부진했던 우리로서는 경제의 지속성장을 이끌 첨단기술의 필요성이
그 어느 국가보다도 절실하다고 하겠다.

지금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그동안 기술개발
투자를 게을리해온 탓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발보다는 그때그때 돈을 주고 사다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우리 기업인들의 머리를 지배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함께 "기술민족주의" "기술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첨단기술은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최대 취약부분인 R&D투자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경제난 타개노력과 기업경쟁력강화 노력은
실효를 거둘수 없게 됐다.

특히 첨단기술은 독점적이라는 특성때문에 독자개발의 필요성이 높아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반도체 등의 첨단기술은 과거
대규모투자가 이뤄졌던 분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단계인 국내 첨단기술의 수준과는 관계없이 산업의
비교우위를 첨단분야에서 찾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50대1에 달하는 우리의 기술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첨단기술을 중심으로한 R&D투자는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게 마련인 정보화시대에는 더욱 과감한 R&D
투자가 요청된다.

R&D 투자는 무엇보다도 막대한 자금및 고급인력과 일관된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될수 없다.

모처럼 일기 시작한 기업의 R&D 투자마인드를 살리기 위해 정부도
WTO체제가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