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 생식능력을 없애는 거세는 오늘날 우생보호법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정신병 등 악질유전병을 가진 사람의 자녀 잉태를 막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불임수술이다.

그것은 강제가 아닌 자의적인 수술이다.

거세의 역사는 아주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세된 남자로서 궁중에서 벼슬을 하거나 유력자밑에서 사역을 하던 환관이
그 효시였다.

때로 벼슬길에 나가고자 자의로 거세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죄인이나
포로, 또는 진상되어온 외국인을 강제로 거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에는 이미 기원전 1300년 무렵의 무정왕때 포로로
잡은 서쪽 야만족을 환관으로 삼아도 되는가를 점쳤다는 기록이 있다.

춘추시대에 제나라 환공의 신하 수조는 스스로 거세하여 환관이 된뒤
신임을 얻었고, 진시황제 때에는 막강한 세력을 휘두른 조고와 같은 환관도
나왔다.

진 한때에는 궁형을 받은 죄인을 환관으로 삼았다.

수.당 때부터는 환관을 지원자로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 었으나 때로
사형수나 변경야만족 포로, 진상받은 외국인을 환관으로 만들기도 했다.

1912년 청나라의 멸망과 더불어 중국의 환관은 사라졌다.

한반도에서는 신라때 환관이 생겨난 이후 계속 존속되어오다가 1894년
갑오개혁때 폐지되었다.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도 일찍이 환관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그리스인들이 환관을 만들어 소아시아의
고도 에페소와 리디아의 수도 사르데스에서 페르시아인들에게 많은 돈을
받고 팔았다고 기술했다.

그 풍습이 그리스와 로마로 전해진 뒤 동로마제국에서 성행했다.

유럽에서는 기독교가 전파된 뒤 환관이 점차 줄어들다가 교황 레오13세의
금령으로 소멸되었다.

최근 스웨덴을 비롯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 열등인자를 가진 수많은
남녀를 강제로 거세시킨 일이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의료적인 목적이었다고 하지만 "게르만민족 우월주의"의 망령이 재현된
것이 아닌가하는 위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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