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서 눈이 지물지물한 윤효상은 갑자기 몸을 반쯤 일으키며 남자동생의
손을 눌러 잡는다.

"어머니를 잘 진정시켜주게 엉뚱한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니까 나는 정말
견딜수가 없네.

누나의 지분인 주도 그대로 주고 자네들이 우리회사에서 나를 도와서 같이
미도를 살려 나가고 돈을 벌어 보자구.

나는 아무 욕심도 없네, 이제 미도 하나라도 건지고 누나대신 자네들을
믿고 회사를 발전시킬테니 장모님께 잘 말씀드리고 오해 없도록 나를
도와주게"

그러나 큰 남동생도 만만치는 않다.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누나는 이름만 빌려 주었을 뿐 공증까지
해두셨다면서요.

이혼을 한후에도 누나의 지분은 모두 윤사장님 것이라고 공증을
했다니까 그걸 취소하고 다시 해주신다면 몰라도 그냥은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공증인을 불러다가 공증을 자네들
앞으로 고쳐줄게.

그러면 믿겠는가?"

"누나를 희생시키고 얻는 재산이어서 그렇게 마음이 편한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나가서 의논을 하고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는 실리적으로 밝았던 미스리가 자기에게도 많은 돈을 얻어낸것을
기억하며 입맛이 썼다.

그러나 그는 이미 도덕적으로 그들에게 칼자루를 쥐게 해주었으므로
자기가 살기위해 물질적인 손해를 어느정도는 보기로 마음을 결정했다.

미도견직 하나로 물러났어도 이런 일까지는 안 저지를수 있었다.

평화스럽게 이혼도 될수 있었고 공증한대로 미스리의 주가 자기의 것이
될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죽은 미스리가 유산을 하면 현금 10억을 요구하려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던것을 전혀 상상도 못한다.

남을 희생시키면 반드시 그만한 부작용이 따르는것이 세상사다.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윤사장은 살인까지 저지른 결과로 치달았다.

그는 미스리네 식구들이 일단은 후퇴하고나자 곧 홍변호사를 전화로
불러 낸다.

자기가 재판에 가면 얼마만큼 불리한가를 알고 싶어서였다.

홍변호사가 무슨 일인지 단호하게 윤효상에게 올바른 충고를 한다.

"선배님 제가 선배님이라면 이렇게 하겠습니다.

약속하신대로 공증을 고쳐서 미스리네 가족에게 주고 그 형제들을 같이
데리고 일하면서 양심에 가책받는 일없이 깨끗하고 진솔하게 살겠습니다.

그 재판은 선배님에게 미도견직 주의 20%보다 더 큰 손실을 줄것입니다.

물론 죽일 의사가 없었다 해도 법은 선배님에게 많은 피해보상을
해주도록 판결할 것입니다.

나도 그사건을 말하면 돈을 벌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바보가 되어서 인지는 몰라도 사회는 좀 더 양심 바르게
돌아가야 된다고 믿습니다.

사실 선배님은 미스리와 결혼하려는 마음이 없었지 않습니까?"

윤효상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다가 처연하게 결론을 짓는다.

어떤 재물을 얻는다해도 영신을 잃는것보다는 가슴아픈일이 아닐것이다.

재수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그는 가슴을 치면서 통곡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