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배는 서양담배를 지칭하지만 우리에게는 바로 미국 담배를 말한다.

6.25동란때 미군과 함께 대규모 상륙한 양담배는 애연가들에겐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국내의 담배생산이 부실했고, 군인들만이 피는 화랑담배마저 인기를 끌던
판이었으니 양담배는 은근히 신분을 과시할수 있는 기호품이었던 것이다.

외국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폭넓게 진출하는 것은 코카콜라냐 담배냐
할 정도로 양담배는 미국의 대표적 상품이다.

이것이 요즘 금연추세 확산과 더불어 곤경에 처했다.

얼마전 담배 회사들이 25년간 각 주정부에 3천6백85억달러를 지불하라는
조치가 있었다.

이어서 플로리다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1백20억달러 보상에 합의하는 등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미국내의 수모와는 달리 세계 도처에선 미국 담배가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 판매부진을 해외 판촉으로 만회하려는 담배회사의 전략이라고 볼수
있다.

우리도 미국의 압력으로 담배시장을 개방했다.

그런데 정식 수출입과는 별도로 미국 담배회사들이 외국의 암시장과
뒷거래하는 것이 해외판매량의 25%를 차지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더욱
어안이 벙벙하다.

미국은 인권등 도덕적 기준을 다른 나라들에 그토록 강조하면서 인체에
해롭다는 담배는 비즈니스이니까 괜찮다는 이중기준을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역사적으로 가장 일찍이 담배를 규제하려고 한것은 17세기의 영국
제임스1세였다고 한다.

1604년에 "흡연은 야만인들의 못된 풍습"이라고 선언, 전면금지를
꾀했으나 반대론이 많아 단념했다.

그 대신 수입관세를 4천%로 올리고 판매전매제를 실시했다.

이것이 후에 청교도혁명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미국도 국내담배규제는 심하지만 막대한 정치헌금, 다른 작물에 비해
면적당 10~30배에 이르는 재배농가들의 수입 등이 작용하여 해외시장공세에
치중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금연추세가 거세져 다행이지만 청소년과 여성측의 흡연이 늘어 걱정이다.

여중.고생들의 흡연이 6년새 3배가 늘었다는 통계이다.

아직 호기심 단계일 땐 이를 차단할수 있지만 중독단계선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