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나는 누나와 결혼하기 위해서 이혼소송을 하고 있었어요.
일부러 죽이다니 그런 엉터리없는 소리 집어쳐요"

그때 땟국이 흐르는 블라우스를 입은 미스리의 어머니가 실성한
사람처럼 내닫는다.

"내 딸을 살려놔라 이놈아.오늘 아침도 우리애가 울면서 나갔다. 네가
자꾸 떼라고 한다면서. 벌써 몇번이나 유산을 해서 못한대두 네가 자꾸
강요했잖아. 이 인정도 없는 놈아. 늬가 우리 애를 죽였지?"

"어머니 고정하세요. 제말을 듣고 욕하십시오"

그는 아주 겸손하게 말한다.

그들이 떠들면 자기는 진정 다시 재판대에 설수도 있다.

"이봐요 어머니. 내가 미스리에게 주를 많이 나눠준것은 알지요? 처남
20%나 미스리것으로 해주었어. 그런 증거들이 있는데 왜 내가 미스리를
잃으려고 했겠어요?"

"정말 징그러운 놈이다. 우리애가 오늘은 돈을 더 내지 않으면 애를
안떼겠다고 벼르고 나갔구 자네는 귀찮은 우리애를 사고로 위장해서
죽여버린거야"

그러자 윤효상은 다시 학생때의 연극배우 실력을 발휘해서 그들에게
들리도록 크게 소리치며 운다.

"이봐요 제발 나를 좀 가만두세요. 왜 내가 재혼을 하려던 여자를
죽였겠어요. 얼마나 불쌍한 인생을 살아온 여자를 행복하게도 못해주고
죽였겠어요. 제발 좀 앞뒤를 맞춰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봐요. 내가 왜
누나를 죽였겠는가?"

"네 놈이 죽였어.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이놈아 네가 우리애가 애를
안뗀다니까 미워서 죽인거야"

"어머니 제발 좀 진정하세요. 저는 오늘 미스리와 이런 이야기까지
했어요. 미스리의 소원이 세계일주라기에 이혼재판만 끝나면 같이
여행부터 가자구요.

나는 우리 마도견직의 살림을 속속들이 잘아는 미스리가 없이는 회사를
운영할수 없는 사람입니다.

왜 내가 미스리를 죽입니까?이치에 맞는 말씀을 하셔야지요.

내가 얼마나 인간적인 놈인지는 알수있잖아요 임신했대서 이혼소송을
하고 있던 중이 아닙니까?"

그는 울면서 하소연했고 처남들이 어머니를 끌고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여간내기가 아니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가난하게 살아온 노인 특유의 육감으로 아들들을
나무란다.

힘에 밀려 밖으로 끌려나오기는 했어도 미스리의 어머니는 아들들에게
호통을 친다.

그것은 어머니만이 갖는 본능적 육감에서 하는 추리력이었다.

"우리가 그냥 물러가면 그인간은 옳다구나 하고 너희 누나가 치른
희생의 대가도 안준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그인간은 조금 나눠 줄것이다"

그들은 구수회의를 하고 난후 큰 남동생이 다시 병실로 들어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