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몇가지 질문할 것이 있어요"

"하십시요"

윤효상은 엄살을 하고 나서 "목을 다쳤더니 말을 하기가 어렵군요.

홍변호사님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되지요?"

"소송을 취하하시고 장인에게 겸손하게 굴복하고 선처를 바래야겠지요"

그러자 윤효상은 갑자기 울화통이 터진다.

김치수와 영신은 어쩌면 그리도 재수가 좋단말인가?

자기는 그들이 간통을 은폐하려는 수작을 하고있는 테입을 가지고도
꼼짝없이 오히려 걸려들게 되었으니 정말 재수좋은 치들은 너무도
불공평하게 재수가 좋다.

김치수가 병원까지 와서 쇼업하고 간것은 모두 철두철미한 김치수의
치밀한 전략이다.

김치수는 절대로 누구에게든 승부에서는 지지않는 승부근성을 이번에도
아낌없이 발휘했다.

미도실크말고도 억지로 떼거지를 써서 양재동의 자그마한 건물하나를
더 얻어내려던 윤효상의 계획은 이제 아주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

하늘의 복을 타고난 영신은 진정 재복이 있는 여자이고 자기가 데리고
살기는 했지만 특이하게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녀의 결이고운 마음씀이가 특별히 그랬다.

그녀가 자기에게 전혀 대항하지 않고 가만히 맞아줄때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가 너무도 싫어서 차라리 폭력에 전혀 대항하지 않고 죽은
듯이 맞아줌으로써 자기의 치졸한 입장을 더욱 무시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는 그녀앞에 얼굴을 들고 나타나지 못하게 무언의
저항과 권위를 보였다.

참으로 존경스럽기까지 한 희한하게 머리가 좋은 여자다.

아마도 다시는 그런 타입의 여자를 자기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매력이 있는 여자다.

그는 영신을 잃는 것이 가슴아파서 눈물이 핑돈다.

한번도 그녀는 그에게 "너는 조루증 환자여서 싫다"고 원색적인 불만을
터뜨린 일이 없다.

차라리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울망정 그의 조루증을 물고 늘어져서
선천적인 섹스의 결함을 몰아부치면서 무시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진정 그녀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용서해 줘요 영신. 내가 빌딩을 요구한 것은 가난에 대한 공포이고 나는
영원히 당신을 존경할거야. 바로 그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눈물이 글썽해
있는데 미쓰리의 사내동생 둘이 성난파도처럼 병실로 드리닥친다.

"우리 누나를 살려놔. 당신의 실수로 우리 누나가 죽었어"

그렇게 작은 동생이 소리치자 "아니야. 당신을 우리 누나를 죽이고
싶어서 트럭밑으로 밀고 들어갔어"

그들은 사뭇 그를 떼려 죽일것처럼 덤벼 들었다.

갑자기 정신이 든 효상은 그들에게 작으마한 소리로 변명하듯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