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계속 뒤처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의해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다.

정부 생산성의 열위도 그 요인중의 하나다.

지난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정부역할과 기능재정립"에
관한 정책토론회의 결론도 비슷했다.

현정부 출범이후 4차례의 조직개편이 있었지만 경제운용방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채 부처간 업무주고받기에 그쳤고 비효율적 운영도 여전하다는
지적이었다.

인사 보수제도에 있어서는 신분보장 연공서열을 중심으로한 폐쇄적이고
경쟁억제적인 체계가 고착돼 있으나 개선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었다.

행정집행기능을 사업부서화하거나 공기업화, 또는 민영화를 과감히
추진하고 정부와 민간사이의 개방형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무원
신분보장제도의 완화와 행정고시제도의 개선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토론회의 결과에 대해 우리가 주목코자 하는 것은 조직의 비효율성
그 자체가 아니라 민간기업의 피나는 구조조정 노력과는 달리 팔짱만 끼고
있는 듯한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다.

"작은 정부"를 내세웠으면서도 조직의 축소는 커녕 오히려 공무원수가
늘어난 결과를 초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자유기업센터는 영국수준의 행정개혁을
시행한다면 현재의 공무원수를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 KDI가 제시한 정부기능 개편과 정책집행의 민간위탁이나 사업부서화
등이 이뤄진다면 결코 과장된 분석이 아님을 알수 있다.

특히 복잡다기화돼있는 정부산하 조직에 대한 과감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KDI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11개 경제부처의 경우 전체정원 9만2천명 가운데 본부 본청에 소속된
공무원은 1만명이고 나머지 8만2천명은 하부조직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뿐아니라 정부투자기관을 포함한 공단 협회 등 정부산하단체는 지난해말
현재 2백61개로 이들의 고용인원은 28만명, 예산은 1백1조원에 이른다.

지방자치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중앙-지방간, 광역-기초단체간의 기능및
재원배분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 낭비요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현 정부의 임기가 몇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섣불리 추진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공직자들 스스로 행정낭비와 비능률에 대한 심각성을
새롭게 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개혁을 과감히 추진한 영국과 미국, 그리고 네덜란드 등은 한때의
고전을 극복하고 활력을 되찾은 것만 보아도 그 중요성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결코 민간의 구조조정 노력만으로 해결될수
없음을 보여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정부는 더 늦기전에 실천 가능한 과제부터라도 하나씩 실천에 옮기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