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승호 < 서울대 컴퓨터연구소 IC카드 연구센터장 >

일상생활에서 화폐의 거래절차나 화폐거래를 대체하는 신용 금융카드에
관련된 거래 절차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지불에 관련된 모든
절차가 상호 면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자 상거래는 이러한 면전거래와 다르게 대부분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
하여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거나,사람이 없는 무인판매대 등 기계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존 화폐거래와는 달리 다음과 같은 사항이
수반된다.

첫째 전자 상거래와 전자화폐는 어떠한 경우에도 암호학적인 공격의 대상이
될수 없는 높은 보안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 가맹점 금융기관간의 정산시
상호 필수적인 증명이 가능해야 하고, 위.변조 등 조작행위가 불가능해야
하며, 거래도중 이상이 발생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서는 원상태로
회복될수 있는 "무결성" 구조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둘째 기존 화폐거래의 관행과 상호보완및 공존함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없되, "돈세탁 방지"를 할수 있으며, 특히 거래내용에 따른 세금
징수는 필수적으로 이루어질수 있어야 한다.

셋째 현금거래보다 신속하고 편리해야 하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수 있는
"사용자 환경"이 필수적이다.

넷째 기존 화폐의 발행및 거래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밖에도 전자 상거래와 전자화폐 거래는 필요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수
있는 하부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요건들이 많이 있으나 위의 사항중 단한가지
만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거래가 이루어질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성의 전자 상거래를 최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터넷이며,이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의
근본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인터넷 자체의 향후 생존을 위한 불가분의 관계로
부각되고 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몇해 전부터 기존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를
포함한 수많은 웹서비스들이 경쟁적으로 개설돼 정보이용자들로 하여금
많은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 시작했다.

PC 화면에서 단 한번의 클릭으로 산재해 있는 세계각국의 정보를 언제나
입수할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터넷은 일반 이용자들에게 환상적인
도구로 부각될수 있었다.

더욱이 인터넷은 기존 방송및 신문매체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이용자가 필요한 시점에 정보의 원천에 접근할수 있는 기존의 모든 정보
매체들과 비교할수 없는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을 뿐아니라 무엇보다도
모든 정보의 대가가 무료라는 점이 그 보급과 발전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수
있었다.

그러나 교육 홍보 등 비영리 목적의 서비스를 제외하고 인터넷을 영리목적
에 적용할 경우 초기의 의욕적인 서비스 의지와는 달리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인력과 예산이 필요한 반면 수익성이 없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로는 인터넷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의 중단이 불가피한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의 근본취지가 정보의 "무료" 제공으로, 많은 사용자층
확보와 저변확대에 의한 기선제압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일부 서비스를
유료화하여 상용화한 CUG(Closed User Group)형태의 서비스는 인터넷
서비스의 기본 취지에서 벗어나 일반화되거나 확산될수 없었다.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을
이용하여 광고 매체를 삽입하여 수익성과 채산성을 겨냥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는 기존 매체들의 광고권 침해에 대한 거부반응과 인터넷 서비스의
수동적 광고효과 때문에 광고주들과 광고 전문업체들에 설득력을 줄수
없었다.

이에따라 인터넷 광고는 그다지 확산되거나 보편화되지 못했다.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저해 요인에 대해 초기부터 고민해온 넷스케이프사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러한 추세로 인터넷이 발전한다면 서비스의 품질이
저하되거나 중단될수 있으며, 나아가 정보공급 부족에 따르는 수요의 위축,
즉 자사의 인터넷 검색 내비게이터와 익스플로러 등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
판매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로 고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 93년부터 대책마련에 부심, 급기야 작년 6월에
비자사, 마스터카드사와 공동으로 전자상거래의 공동규격인 SET(Secure
Electronic Transaction)의 표준화를 완성했다.

그러나 SET는 이미 발행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타인의 카드번호를
도용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C-SET의 표준을 오는 9월 완성할 예정이다.

C-SET는 세계 3대 신용카드사들이 지난 91년부터 준비해온 IC카드에 의해
타인사용이 불가능한 차세대 신용카드 규격으로서 가맹점에서 온라인 조회
없이 신용거래를 할수 있고,카드소지자 본인 이외에는 사용할수 없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이미 전세계 2만여개의 금융기관과 가맹점들의 지불
절차와 관련한 제휴로 10억에 이르는 카드사용 고객확보 등 지불 수단으로서
깊숙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는 이들 신용
카드사의 지불수단을 기반으로 인터넷 서비스의 유료화와 전자상거래를
구체적으로 실현할수 있었다.

SET는 사이버몰의 거래내용및 금액규모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봉투의
개봉을 금융기관에 한정시키고 있는 등 사이버몰에서의 불법거래 대책은
치밀했지만, 기존의 자기 띠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카드도용 등에
대한 대책이 없는 반면, C-SET는 IC카드매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카드소지자
본인 이외에는 사용할수 없어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킨다.

인터넷의 유료화, 즉 정보사용에 따르는 지불방법이 해결됨에 따라 인터넷
발전의 걸림돌이 해결되어 2세대 인터넷시대를 맞게될 것이며, 이를 기반
으로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개인거래자들의 실질적인 물류유통및 거래방법에
커다란 혁명을 불러 일으키고 세계각국 기업들의 신용장 통관 관세등 무역
거래 환경에까지 확대 적용되어 기존 거래및 지불방법에 커다란 혁명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에따라 내국세문제와 무관세화 등 각국의 상품 경쟁력과 연루된 문제로
선진국들의 후발국에 대한 새로운 식민지 쟁탈전이 펼쳐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