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이 내주중으로 발표될 모양이다.

세제개편은 언제나 그렇지만 특히 올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게
분명하다.

경기가 최악의 상황인 만큼 납세자의 시각과 정부의 견해가 엇갈릴수 있는
가능성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차라리 국공채발행을 통한 적자예산을 편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세율을 올려 납세자부담을 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다.

세법개정을 통해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을 올리는 일은 물론 없겠지만
교육세나 교통세 탄력세율을 올리는 것도 결코 받아들이기 어렵다.

목적세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재정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교육이나 교통에 쓰겠다는
세금을 걷는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교육이나 교통을 증세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국회심의 없이 정부 독자적으로 할수 있다는 행정편의를 노려 바로 그런
목적세를 더 걷겠다는 것은 문제다.

특별소비세에 부가되는 교육세를 올리겠다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TV 냉장고 세탁기 전열기구 청량음료 등 지금 기준으로 보면 결코
사치품이라고 하기 힘든 생필품에 폭넓게 부과되는 특별소비세는
그 자체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욱 늘리겠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

가뜩이나 경기가 바닥인 상황에서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물가불안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98세법은 현재 진행중인 민간경제계의 구조조정노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아야할 것 또한 너무도 당연하다.

은행빚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팔 경우 세금을 내고나면 담보가액에 훨씬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공장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통폐합, 땅을 파는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부동산을 팔기보다는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 기업들의 부동산매각이 지지부진한 것도 세법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기업합병때 부동산 싯가평가에 따른 합병차익에 과세하는 것도 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지난 4월1일부터 허용된 인수.합병(M&A)제도는 세법에서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M&A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그린메일 등으로 이 제도에
편승한 엄청난 투기적 소득이 비과세되는 것은 문제라고 여긴다.

기업을 인수.합병하려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매집, 경영권자를 위협해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되파는 그린메일에 대해서는 미국 등에서도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더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토록 돼 있는 미술품양도소득 과세문제도 재검토해야
할 과제다.

현실적으로 과세포착도 어렵고 평가도 용이하지 않은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과세가 강행될 경우 미술품거래가 음성화, 사실상 화랑들은
모두 문을 닫아야할지 모른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게 옳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