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내 통신기기부품업체는 국내 모인증기관으로부터 ISO인증을 받아
태국 통신공사가 실시한 입찰에 참가했다.

그러나 태국 통신공사가 한국 인증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서를 인정해주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한 국내 건설업체는 외국 인증기관으로부터 ISO인증을 받고 우리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 응찰했다.

하지만 ISO인증을 받은 업체에 주어지는 가산점 혜택을 받지 못해 입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 정부가 한국품질환경인증협회(KAB)에 등록돼 있지 않은 외국인증기관
으로부터 받은 인증을 아직 인정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세계적으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받은 인증서가 영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식이다.

ISO(국제표준화기구)가 올해초 인증을 받은 22만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정도가 인증서를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곤욕을 치른 국내 업체도 10여개나 된다.

이들 업체는 ISO인증서를 받아놓고도 외국 입찰 참가가 제한돼 그때마다
KAB나 정부의 보증을 받아야 했다.

국제 규격을 만들어놓고 이 규격을 따르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발주자들이 타국의 ISO 인증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해서이다.

또 아직까지 국가간 또는 인정기관간에 상호인정을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IQ-NET(국제인증기관협력기구)는 상호인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IQ-NET는 각국의 대표적인 인증기관이 참여하는 기구로 우리나라는
한국품질인증센터가 가입돼 있다.

그러나 인증기관간의 합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등 민간 바이어들이 상호인정을 거부할 경우 이 기구내에서 이뤄진
협의는 실효성을 잃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공동심사단을 구성, 각국 인증제도의 신뢰성을 점검하자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또 인증제도뿐 아니라 각국의 인정제도도 점검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일정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나라끼리 상호인정협정을 맺자는 얘기다.

이러한 논의는 국제인정기관협력기구(IAF)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이미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IAF를 중심으로 48개국이 참가,MLA(국제다자간상호인정협정)를 체결한
것이다.

MLA는 국제기준에 의거한 공동 평가절차와 심사기준을 마련, 이미 지난
2월부터 공동평가를 시작했다.

이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고 있는 나라는 현재 미국 일본 EAC(유럽인정기관
협력기구)내 11개국 캐나다 말레이시아 호주 뉴질랜드 중국등 약 20개국이다.

우리나라도 올해안으로 준비를 마치고 심사신청을 할 예정이다.

MLA는 심사를 통과한 전세계 10개국 이상이 사인하면 발효된다.

심사기간이 20개월정도임을 감안하면 첫번째 그룹이 심사를 마치는
내년말이나 오는 99년초에 발효될 전망이다.

이 협정이 발효되면 한 나라에서 받은 인증이 다른 국가에서도
통하게 된다.

만약 협정에 가입한 나라에서 비토를 당할 경우엔 그 나라의 인정기관이
발주자에게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