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분기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3%로 예상밖의 좋은 기록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올 3분기중에는 경기최저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내년 상반기에도 침체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당초 5%를 넘기지 못할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
5.5%를 기록했고 6%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던 2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거시지표만으로 본다면 국내경기는 지난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호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하지만 수치상의 거시지표로만 현재의 한국경제를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기아사태의 충격파가 반영돼 있지않아 앞으로 한국경제가 어떤
모습을 보일것인가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2분기 성장은 예상밖의 좋은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다.

상품수출이 24.9%나 늘어나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수출이 저조해서 올2분기 수출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수출물량은 늘어났지만 그에 비례해서 기업의 수익성은
증가하지 않았다.

재고증가율이 여전히 높다는 것도 문제다.

제조업의 재고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3.4%, 10.7%에 이르렀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이를때의 재고증가율이 6~7%수준이라는
과거의 예로 미루어보면 10%대의 재고증가율은 경기회복을 점치기에는
너무 높다.

민간소비증가율도 1분기의 4.4%에 이어 2분기에는 4.8%로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와 실업증가에 따른 소득증가 둔화결과로 내수경기회복을
지연시킬 요인이 되는 것이다.

투자부진은 가장 우려해야할 대목이다.

설비투자는 1분기의 마이너스 1.6%에 이어 2분기에도 마이너스 1.5%로
급락했다.

비록 경기가 나쁘더라도 건실한 투자를 늘려가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투자증가 없이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기회복과 경제성장을 수치만으로 파악하면 현실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경기저점이 언제이든 또 경기회복이 곧 시작되든 저비용-고효율체질로
경제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경기저점에 도달한다해도 그것은 더이상 경기가 나빠질 여지가 없는
상태에 이른것이지 경기회복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수도 있다.

이는 경기저점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금융대란설 등으로 금융불안이 증폭되고 있고 기업의 돈가뭄은 극심한
상황이다.

기업의 투자마인드 위축은 어쩌면 당연하다.

기아사태의 충격파는 어느 정도일까를 점치기도 쉽지 않다.

현재 우리는 경제성적표를 앞에 놓고 일희일비할게 아니다.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을 하나씩 떨쳐내는 일에 매달려야 한다.

그일 외에 무엇을 할수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