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OEX(한국무역종합전시장) 1층에서 열린 SICAF(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행사장.

국내외 만화관련 학과및 학원, 동아리 등이 대거 참석한 이 행사장 한편에서
상명대학교 만화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일본만화나 일부 국산만화가 재미있지만 너무 폭력적이고 상업적인 것이
사실이에요.

만화의 창작성이나 사회성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돈벌이에만 전념하고
있는 거죠"

이 학과 김봉주 조교는 "우리학과는 이런 틀을 깨고 새로운 만화의 패러다임
즉 감동을 줄수 있는 만화를 만들고자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녀를 따라 전시 부스를 돌아봤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양치기 소년"이란 제목의 지점토 만화작품.

손으로 만져 볼수 있게 지점토로 음양을 주어 만든 4컷짜리 이 작품에서는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

"만화는 평등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에요.

만인이 함께 느낄수 있어야 하는데 "본다"는 커뮤니케이션 형식 때문에
시각장애인이 제외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고상이 이도현 도주영 홍은주(이상 2학년)씨는 약 한달동안 이 작품을
제작하며 새로운 표현양식과 함께 할수 있는 만화에 대해 줄곧 고민해 왔다고
말한다.

대사를 점자로 옆에다 써놓은 것도 세심한 발상이다.

"탈음악"과 "아빠와 크레파스"라는 제목의 만화도 새로운 시도로 흥미를
끈다.

박스안에 두루마리형태로 만화를 만 다음 구멍을 통해 돌려가며 만화를
보게 했다.

국악과 힙합, 서로 다른 성격의 춤을 추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내용도
재미있다.

새로운 시도는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에서만 나올수 있는 법.

이들의 학교생활을 들어봤다.

지난해 3월 국내 4년제 대학중 최초로 만화학과를 설치한 이 학교는
1, 2학년 학생수가 총 78명.

1, 2학년동안은 정통 창작이론과 강도높은 실기를 고루 익힌다.

강의후에는 정기적으로 만나 작품활동도 한다.

이들은 2개의 소모임활동에서 작품집을 만들어 시판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 면면이 더 재미있다.

생활이 만화 그 자체다.

웃을때도 그저 "하하"나 "호호"가 아니다.

"핫핫핫핫" "푸하하하" 등 만화에서 쓰이는 의성어가 그대로 나온다.

만화를 신주처럼 모시는 것도 마찬가지.

절대 빌려주거나 팔지 않는다.

만화가 이들에게는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만화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표현할수 있게 해요.

자유로운 상상속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깰수 있죠"

창작과 정열의 젊은이들.

상명대학 만화학과 학생들을 만난 첫 느낌이었다.

< 글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