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데뷔한 원수연씨는 그판에서는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집은 홍대근처.부모님은 경기도 하남시에 계시지만 출판사 사람들과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혼자 살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것도 마감에 쫓긴 기자의 사정을 이해할수 있었기 때문
이란다.

그녀는 남들과 같은 커다란 꿈은 없다.

다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을 뿐이다.

재미는 그녀가 생각하는 만화의 첫번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만화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지극하다.

피카소도 만화를 먼저 봤으면 만화가가 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가장 아끼는 자신의 작품은 "블루배런"이라는 음악만화다.

이유는 그냥 음악이 좋아서. 요즘 그녀는 단절에 대해 고민한다.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와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세대와의 단절.

이것이 한국의 만화산업을 미숙아 수준에서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만화도 하나의 문화로 인정받는 때가 올 것이라 믿는다.

새벽 1시30분.

작업장으로 돌아서는 그녀의 등뒤에서 느껴지는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 김용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