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기에 들어선 우리 경제가 경기하강 국면과 겹쳐 이른바 복합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자 기업들의 경영난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30대 그룹중 4개그룹이 자금난으로 도산하였거나 부도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보다 큰 문제는 이러한 경영난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기업의욕과
활력마저 크게 저하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유례없는 위기 국면에 직면하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어쨌든 이와같은 경영난의 1차적인 책임은 기업에 있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경영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변신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기업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합병과 자산매각 등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전략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느냐를 냉철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 토지 노동 등 각종 요소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규제를 고쳐달라는
경제계의 외침은 항상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왔고, 규제완화 부진에 따른
부담은 기업의 비효율과 고비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 예로 구조조정의 경우만 하더라도 공장이나 건물 등 부동산을 팔면
매도자는 양도차익의 52.8%를 세금으로 물어야 하고 매수자는 취득가의
5.8%를, 그것도 수도권 지역인 경우 그 5배인 29%를 납세해야 하므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합병도 출자 및 기업결합에 대한 규제에다 세금의 중과와 고용조정의
규제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합병후 중복되는 자산을 처분해도 특별부가세를 내야 하며, 합병되는
기업의 이월결손금이 승계되지 않아 경영난을 겪어온 기업을 합병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인 고용조정도 개정 노동법에서 2년간 유예된 데다
합병은 정당한 고용조정 사유가 되지 못한다.

설령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법에
우선하는 단체협약에 따라 기업은 사실상 고용조정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은행의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하여 처음에는 합병절차와 세제상의
유인만 주었다가 여의치 않자 작년에 인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고용조정도 포함하려 했던 사례에서도 고용조정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상법에 기업분할제도가 없어 기업을 분할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자산을 매각할 경우 과중한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의 출자한도 제한과 함께 지주회사 설립금지도 신규사업진출
등 구조조정에 장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이 구조조정을 제약하는 제도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업본연의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이다.

이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제도적으로
막히다보니 도산한 기업의 자산만 인수되어 새 주인을 만나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조차도 해체되어 채권은행과 협력업체 및 종업원의 피해도
늘어나며 국제신인도도 떨어져 국민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구조조정이든 출자 세금 고용 자금조달이 복합되어
이중 하나라도 막히면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조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민간경제계는 생각한다.

개별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법나름대로의 입법취지와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빠른 시일내에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기침체로 일시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
구조조정기에 국민경제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리와 금융시장의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기업의 부도 등으로 지역경제, 협력중소기업, 고용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때 우리는 구조조정기를 무난히 넘겨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구조조정기를 맞았던 미국이나 영국은 정부가 규제혁파와 공공
부문의 민영화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해주는 한편 시장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기업도 합병 등으로 몸집을 줄이고 변화의 적응력을
높여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각부문의 경쟁력을 보유하면서도 아직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시점에서 곰곰이 재음미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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