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산에서 집배원이 고교생에게 자신이 배달해야 할 우편물 배달을
맡겨 1천여통을 훼손시킨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마음놓고 편지도 주고 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내 주위에서도 우체국의 무성의로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

한달전쯤 옆집에 새로 이사와 자주 왕래를 하며 친하게 지내는 분이 있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그 집에 가니 아주머니가 전화기의 송화기에 대고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유인즉 이사한 뒤에 우체국에 주소이전 신고를 하면 석달동안 전주소로
들어오는 우편물도 새 주소지로 배달해 준다는 좋은 제도를 믿고, 한달 전
이사직후 가까운 우체국에 주소 이전 신고서를 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전 우연히 전에 살던 아파트를 가게 되어 혹시나 하고 우편함을
봤는데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편지가 10여통이나 있었는데, 그중에 7통이나 아주머니 앞으로 온
것이었다고 한다.

우체국을 방문해 확인해 보았더니 우편과 접수대장에 분명히 올라
있었고, 우체국에서는 업무량과다로 실천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잘 챙겨 보내드리겠다고 해서 화도 못내고 나왔다고 한다.

좋은 제도가 우체국의 무성의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체신당국의 감독책임자들은 철저한 감독으로 이런 좋은 제도가 사장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이성란 < 경부 구미시 고아면 문성동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