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은 나이에 축구라니 우선 집사람부터 말리려 들지만 나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정열은 아직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다.

이렇게 사장이 직접 뛰다보니 우리 회사의 축구모임인 "동원튜나스"도
이제 어엿한 직장인 축구회로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처음 축구부가 결성되었을 때만 해도 한팀이 될까말까한 정도였는데
이제 두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할 수 있을만큼 회원도 늘었고 기술과
경기력도 상당히 향상되었다.

우리같은 직장인 축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뭐니뭐니해도 운동장
사용문제.

중고등학교에서는 아예 문전박대하기 일쑤고 일반인에게 개방된
초등학교운동장은 다른 사람들로 꽉 차있다.

주말마다 여러 운동장을 전전하다가 최근 정착한 곳이 분당종합운동장.

매주 토요일 오후에 20대와 30대로 나누어 붙는 세대간의 경기는 이제
당연히 치러야 할 주말의 필수행사가 되어 버렸다.

시합뒤의 샤워와 주변호프집에서의 맥주 한잔은 일주일간의 피로를 씻고
우리를 더욱 살맛나게 하는 청량제이기도 하다.

축구부 주장으로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성형과의 강귀하 주임은
문전처리가 확실한 우리팀의 주전 골게터이다.

광학과의 노총각 김종현 주임은 중앙에서 볼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리베로이며 이길동 노조위원장은 믿을만한 스위퍼로서 우리의 골문을
물샐틈없이 지켜주고 있다.

또 우리회사에 출장올 때마다 우리와 함께 시합에 참가하는 이탈리아
회사직원 페디니씨는 이제 주말을 서울에서 보내도록 출장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축구팀의 용병선수가 되어버렸다.

운송회사 직원으로 우리 제품을 주로 실어나르는 송기현씨도 주말에는
우리와 한식구가 되기 위해 물류시간을 맞춰 배분한다.

20대팀의 야성과 저돌성, 30대팀의 노련함이 함께 어우러진 우리회사
축구팀은 회사내에서도 탁월한 기술과 열정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는
모범생들.

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회사와 운동장에서 뛸수 있도록 나이의 시계추를
정지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