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영국계 HSBC제임스케이플증권 이정자 조사담당이사(41.Head Researcher)
가 신세대 커리어우먼을 향해 던지는 말이다.

특히 신세대 여성들에게 "일은 낭만이 아니라 전쟁"이라며 회초리처럼
매세운 메시지를 휘두른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현재의 이사직에 머무르지 않고 최고경영자직을 꿈꾸고
있다며 야무진 집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이이사가 증권업계에 몸담은 것은 16년전.

지난 81년 대시니증권에 말단사원으로 입사해 영업부 경제연구소를 거친후
프랑스계 더블유 아이카증권 서울지점, 동방페레그린증권에서 기업조사담담역
을 지냈다,.

지난해말 HSBC 제임스 케이플증권으로 옮기면서 국내증권업계 여성가운데
최초로 이사직에 올랐다.

연봉은 억대로 어림된다.

(외국증권사 직원들사이에는 구체적인 연봉을 밝히지 않는게 철칙임).

증권업계 커리어우먼들의 대모격으로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하는 그를
만나보았다.

======================================================================

[ 만난사람 = 김홍열 증권부 기자 ]


-요즈음과는 달리 입사당시만 하더라도 증권업이 여성들에게 상당히
낯설었을텐데요.


"지난 79년 국내 증시가 피크를 이루다 건설주 파동으로 주가가 폭락하던
때였습니다.

자살하는 투자자들도 나왔을 만큼 증권업계는 어수선했어요.

증권업종에 대한 선호도도 바닥을 기고 있었습니다.

입사지망자중 대졸여학생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대졸여학생들을 환영하는 직종도 많지 않았기에 증권사입사는
어쩌면 행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한다면 학교때 배운대로 증권시장으로 대표되는 국내
자본시장이 장차 발전할 것이란 막연한 희망도 가졌습니다"


-결혼후에도 커리어우먼을 고집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도 있었습니까.


"결혼후 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경제적인 독립은 정신적인 독립이라고 나름대로의 단호한 생활철학을
세웠거든요.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는 적극적인 방법과 수동적이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직접 나가 벌어들이는 것이 적극적인 방법이고 집안에 들어앉아
절약하는게 소극적인 방법입니다.

어머니가 평생 절약하면서 살아오셨지만 눈에 보이는 효과는 그다지
없다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었습니다.

결혼상대자도 내 생활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을 골랐습니다"


-커리어우먼이 되고자 하는 신세대 여성들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여자로서 서러움을 당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요.

여자들만 고용하는 회사를 설립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으니까요.

요즈음 신세대 여성들에 대해 솔직히 실망하는 대목도 많아요.

야망이 있는 여성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신세대 여성들은 일을 낭만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은 낭만이 아니라 전쟁입니다.

커리어우먼을 바라는 여성들은 이런 정신무장이 필요합니다.

아직은 남성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봅니다.

일례를 들면 상사가 남성일수록 능력있는 여성이란 신뢰감을 심어주고
기회를 움켜잡으라는 것입니다.

남녀평등이다 해서 남성을 적대시하는 것은 곤란한 작전이죠.

이솝우화에서처럼 태양적 방법을 이용하면 더 현명합니다.

결국 태양이 나그네의 외투을 벗게 하지않습니까"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물론입니다.

최고경영자가 되는게 꿈입니다.

몇년이 걸릴지 점칠수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 경영자가 되는 다양한 경험을 익히고 싶습니다.

지금은 조사업무가 반이고 경영업무가 절반입니다.

기업조사업무에서 최고가 돼야 할지 최고 경영자직을 목표로 세워야
할지, 갈등하던 때도 있었습니다만 보다 높은 쪽을 바라봐야 되겠지요"


-특히 기업조사부문에서 최고권위자가 되기 위해 지독스럽게 공부했다고
들었습니다.


"대신증권시절 영업업무도 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조사파트로
옮겨주도록 회사측에 요구했습니다.

또 "자본시장의 국제화 국제화"하길래 순진하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외국증권사로 옮기면서 매일 두세시간씩 투자한 보람이 있어
다행히도 영어로 분석자료를 쓰고 외국인투자자들과 함께 기업탐방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투자자의 구미에 맞는 분석자료를 내놓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이 대부분인
외국투자자들로부터 기업분석의 방법을 하나하나 익히기도 했습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공인회계사(CPA)시험에도 여러번 응시해 기업재무쪽을
배웠지요.

특별히 히트친 분석자료는 없지만 동방페레그린증권에 있을 때 통신
보험업종및 관련기업 분석부문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호감을 줄수 있게
자료를 썼고 마케팅을 잘 했던것 같습니다"


-유능한 기업분석가를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기업이나 업종의 수익측정에 있어 남보다 앞서야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한 기업의 수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인지 적자로 전환할 것인지 신속하고
예리하게 예측할수 있어야 합니다.

정확한 기업수익측정으로 주가를 가늠해 줘야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거나
팔게 되니까요.

제가 통신 보험쪽을 잘 분석해 낼 수 있었던것도 수익전환시점을 운좋게
잘 짚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잇단 부도파문으로 외국투자자들의 투자패턴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외국투자자들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들은 진작부터 기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현금흐름을 중요시 해 경영능력을 벗어나는 사업다각화기업에
투자하길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부문에 투자를 하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따지고 주주들에게
신경을 더 써주는 기업에 좋은 점수를 줍니다.

시설투자를 호재로 보고 당장 주식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시간이 지나
일정수익률이 난다고 판단될때 흥미를 갖습니다.

외국투자자들은 국내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살 주식이 드물다는 시각도 갖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조사부문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조언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업종및 기업분석은 꼼꼼함과 참을성을 요구합니다.

외국증권업계에 여성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승부욕을 기르는 일입니다.

능력과 노력 승부욕 세박자가 잘 조화된다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증권업계는 아직 전문적인 업종및 기업분석가들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파고 들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